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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증권사'에서도 벌어지는 이익 격차…양극화 심화

  • 2025.02.21(금) 07:00

자기자본 10대 증권사 2024년 영업이익‧순이익 분석
지난해 한국·삼성·미래 등 5개 대형사 1조 클럽 재입성
10대 증권사 간 영업이익 격차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
실적 견인한 '해외주식 수수료' 대형사 쏠림 현상 심화

지난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면서 전반적으로 증권업계가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 상황과 별개로 증권사들은 국내주식은 물론 특히 해외주식 거래가 대폭 늘어난 덕분에 풍족한 수수료 수익을 거둬 들였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사와 중형사간 실적 격차 뿐 아니라 대형사 중에서도 실적 차이는 점점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10대 증권사 영업이익 8조 넘겨…1위는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 3조원(지난해 3분기 기준) 이상의 10대 증권사들은 지난해 총 8조69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10대 증권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도 총 5조6297억원에 달한다. 2023년 순이익 3조425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64% 증가한 수치다. 2022년 10대 증권사의 총 순이익 4조1264억원과 비교해도 순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자기자본 10대 증권사 2024년 실적

지난해는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 키움, 메리츠 등 5개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2021년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하던 시기 주식거래 급증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증권사들은 이후 실적이 하락하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주식을 필두로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들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 키움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1조클럽에 복귀했다. 메리츠증권도 2022년 이후 2년 만에 1조클럽에 재진입했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둬들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2837억원의 영업이익, 1조11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긴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성과는 국내 및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과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해외주식을 비롯한 수수료 수입, 다수의 기업공개(IPO)주관으로 IB수입 등이 늘었고, 자산관리(WM)부문에서 개인고객 신규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영업이익, 순이익 실적 2위를 기록한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057억원, 순이익 899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역시 해외주식 수수료가 전년 대비 91% 증가하면서 전체 수수료 수익을 견인했다. 

실적 3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1589억원, 순이익 8937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영업이익 1조982억원, 순이익 8349억원)과 메리츠증권(영업이익 1조548억원, 순이익 6960억원)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뒤 이어 △NH투자증권(영업이익 9011억원, 순이익 6866억원) △KB증권(영업이익 7808억원, 순이익 5904억원) △신한투자증권(영업이익 3725억원, 순이익 2458억원) △하나증권(영업이익 1420억원, 순이익 2238억원) △대신증권(영업이익 716억원, 순이익 1338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영업이익 1조2939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번에 1조클럽 재입성에 실패했다. 

10대 증권사 실적 격차, 점점 벌어진다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들이 다시 늘어났지만 10대 증권사들 사이에서의 격차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10대 증권사 최근 5년 간 영업이익 변화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을 당시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신증권과의 격차는 8779억원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 1조1171억원, 대신증권은 239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최상위권 쏠림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2021년 당시 영업이익 1위였던 한국투자증권과 10대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냈던 하나증권과의 격차는 무려 1조295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10대 증권사 내의 격차는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1조2837억원)과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신증권(716억원)간의 격차는 1조2121억원이다.

대형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작은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3사와 나머지 7개 증권사의 격차도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2020년 나란히 영업이익 순위 7~8위를 달리던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격차는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 4000억원대로 벌어졌고 지난해도 두 증권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4083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300억원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의 손실 여파가 반영됐지만, 하나증권과 대신증권 역시 최상위 증권사들과의 실적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실적견인한 해외주식…최상위권 증권사 쏠림현상 

지난해 1조클럽 증권사들의 재등장을 이끌었던 건 미국주식 거래 급증에 따른 해외주식수수료 수입 증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량이 지난해 7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해외주식 중개수수료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의 전통적 수입원인 주식중개수수료 분야에서 새로운 큰 시장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시장 확대의 수혜는 최상위권 특정 증권사에 집중됐고, 이는 곧 전반적인 실적 격차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입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주식 중개로만 2701억원의 수수료를 벌어 어지간한 중형증권사 연간 수익 이상을 거뒀다. 삼성증권(2202억원), 키움증권(2088억원)도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2000억원을 넘겼다. 이들 3곳의 시장점유율(전체 해외주식수수료 대비 3사 비중)이 48%로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뒤를 이어 NH투자증권(1184억원), KB증권(1145억원), 한국투자증권(1131억원)도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10대 증권사 중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은 해외주식수수료 수입도 각각 867억원, 261억원, 209억원으로 적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7일 공개한 '증권사 2024년 4분기 실적점검' 보고서를 통해 "위탁매매 및 상품운용 위주의 수익구조가 고착화하면 리테일 영업기반과 자본력 격차로 인해 대형사와 중대·중소형사간 실적차별화가 심화할 수 있다"며 "최근 IB부문 수익확대도 대형사 중심의 전통적 IB와 인수금융 시장 확장, 여신자산 이자수익 증가에 기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은 대형사로, 대신증권은 중대형사로 분류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을 대형사로 묶었지만 양사의 지난해 실적은 경쟁사 대비 다소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신증권 등 중대형사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 한계가 실적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꼽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중대형사는 해외주식 위탁매매 관련 사업기반이 미흡해 대형사와 달리 해외증시 거래대금 증가효과를 향유하지 못했다"며 "여기에 부동산PF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대·중소형사의 유의미한 실적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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