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면 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이 실적 발표에 나선다.
증권업계는 올해 4곳이 '영업이익 1조클럽'으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 2021년 주식투자 붐과 높은 유동성에 힘입어 여러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원 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2년간 금리상승기를 겪으며 한동안 1조클럽은 한동안 휑했다. 그러나 올해는 해외주식 거래 중개와 채권 평가익 상승 덕분에 조단위 영업익을 올리는 회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소 '4곳' 1조클럽 입성 전망
시장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연결기준 4분기 영업이익은 22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9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는 1조2613억원으로 전년대비 5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은 205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또한 연간 영업익 예상치는 1조1965억원으로 62% 증가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4분기 2408억원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익은 1조1562억원으로 1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영업익은 1529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영업이익은 1조1023억원으로 112%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NH투자증권도 4분기에만 17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익은 전년동기대비 26% 오른 912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리서치센터의 증권업종 보고서는 일제히 전망치를 조절하면서 실적 컨센서스(시장의 통일된 전망)는 기존보다 다소 낮아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곳이 1조클럽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역대 최대 해외주식 거래에 브로커리지 수익↑
지난해 대형사들의 실적을 이끈 건 '해외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작년 한해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매수+매도)한 미국 주식 금액은 5099억달러(732조7000억원)로 집계된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87%나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과도 약 200조원 차이가 난다.
미국주식의 인기는 고스란히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형사들은 중소형사와 비교해 개인투자자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영업이 강한 덕분에 덕을 크게 봤다.
그간 국내주식 중개가 증권사 브로커리지의 주된 먹거리였지만, 이제는 해외주식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다올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5개 대형사의 해외주식 수수료의 수익 기여도는 2023년 16.4%에서 2024년 25.6%로 9.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국내주식 수수료의 기여도는 2023년 83.6%에서 74.5%로 낮아졌다. 그간 투자은행(IB)에 치중해온 메리츠증권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완전 무료'를 전면에 앞세우고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해외주식이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대세'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점유율과 수수료율이 높은 증권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키움증권이 20.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증권(16%), 미래에셋증권(13.9%), 토스증권(13.7%)이 뒤를 잇는다. 점유율 상위 회사 가운데 대형사가 아닌 곳은 토스증권이 유일하다. 수수료율만 따졌을 때는 작년 1~3분기 평균치를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이 16.2bp(1bp=0.01%포인트)로 가장 높고 그 다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토스증권 순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 수수료율이 높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실적은 해외주식 부문이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내림세에 채권 평가익 '활짝'…충당금 부담 완화
증권사 실적을 견인한 또 하나의 요소는 운용수익이다. 기준금리 인하 덕분에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타면서 채권 운용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0,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며 총 50bp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3년물 국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3.552%)에서 95bp 내려왔고, 10년물은 최고치(3.707%)에서 85bp 하락했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가기 때문에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일부 증권사는 해외자산 손실과 PF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리 상승기를 거치면서 국내외 부동산이 침체되자, 관련 수익과 자산 평가익이 쪼그라들며 증권사들의 수익을 압박해왔다. 다만, 그 부담이 이전과 비교해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일단 해외자산을 많이 보유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상대적으로 평가손실 위험에 많이 노출돼있다.
복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과 해외자산 손실을 500억원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부동산 평가손실이 1000억원 내외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의도 사옥 매각 차익으로 2100억원이 들어오면서 이를 상쇄할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증권도 PF 관련 충당금을 300억원 반영할 것으로 전망되며, 키움증권은 펀드 관련 평가손실 250억원과 자회사 충당금 전입이 예상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PF 사업장 재평가에 따라 일부 평가손실 인식과 충당금 적립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상화된 현장에선 환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부동산 PF 관련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한 이후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은 제한되는 모습"이라며 "당국의 부동산 PF 재구조화 속도를 고려하면 관련 영향은 1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