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경제 얘기, 꼭 딱딱하게 해야 할까요? '커피챗 경제'는 커피 마시며 가볍게 수다 떨듯 경제 이슈를 풀어갑니다. "아니, 그거 들었어?"로 시작해서 "아~ 그렇구나!"로 끝나는 재미있는 경제 수다. 지금 가장 핫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호기심 어린 솔직한 질문과 속 시원한 답변으로 채워가겠습니다.
"해외 ETF 배당금이 ISA나 연금계좌에서도 과세된다고?"
지난 1부에서는 절세계좌를 운용 중인 서학개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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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소중히 모아온 절세계좌의 매력이 반감됐죠. 이 와중에 새로운 절세목적 투자처로 '커버드콜(Covered call) ETF'가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커버드콜 상품은 특별한 운용전략으로 다른 ETF보다 훨씬 높은 배당수익률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여기서 나오는 배당금 상당부분은 다른 해외 배당금과는 달리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배당도 많이 주고 절세 혜택까지 있다니,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세법 개정안 시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배당테마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가던 투자자들의 배당테마 ETF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거든요. 빠져나간 자금은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ETF로 몰리고 있죠.
하지만 잠깐, 정말 이 커버드콜 ETF가 만능일까요? 이번 2회차 기사에서는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커버드콜 ETF의 수익 창출 원리와 함께, 숨겨진 함정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절세한다고 덜컥 투자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이유, 함께 알아볼까요?

커버드콜 ETF, 어떻게 돈 버나요?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기 전에, 이러한 상품이 어떻게 수익을 버는지 간단하게 익혀야겠죠?
커버드콜 ETF는 주식 등을 보유한 상태에서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쵸? 우선, '콜옵션(Call Option)' 개념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콜옵션이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으로 특정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일종의 주식 매수 쿠폰 같은 개념이라 보시면 됩니다.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120달러인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때 '한 달 후, 130달러에 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쿠폰(권리)'을 다른 투자자에게 5달러에 판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커버드콜 전략입니다. 이 경우 여러분은 옵션 프리미엄인 5달러를 즉시 수익으로 얻게 되죠.

커버드콜 ETF는 이러한 전략을 자동화한 상품입니다. 이 상품은 기초 자산(주로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등)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지속적으로 매도합니다. 옵션 매도로 발생하는 프리미엄 수익이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죠. 이런 구조 덕에 일반적인 주식형 ETF보다 높은 배당 수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절세효과도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 배당수익의 원천은 옵션 프리미엄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보유한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배당금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여기서 옵션 프리미엄으로 발생한 수익은 해외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벌어들인 배당수익은 훗날 절세계좌 만기 시점에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죠. 이전처럼 복리효과를 '풀가동'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옵션프리미엄 수익 비중이 높은 커버드콜 ETF일수록 세금이 덜 떼이는, 온전한 액수의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고요. 이를 토대로 만기까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높은 배당과 절세 효과만 보고 커버드콜 ETF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이 활용하는 콜옵션은 일종의 파생상품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다, 파생을 활용하는만큼 변동성에도 취약한 편이죠. 그렇기에 지금의 시장 상황과 옵션 전략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합니다.
이제부터는 커버드콜 ETF의 숨겨진 위험요소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상승장에도 제한된 상방
커버드콜 전략의 가장 큰 단점은 콜옵션 전략 특성상 수익의 상방이 제한되어있다는 겁니다. 주식시장 전체가 가파른 상승장이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주가가 120달러인 엔비디아 종목을 한 달 뒤 130달러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판매했고, 이에 대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5달러를 벌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만약 한 달 뒤, 주가가 130달러를 넘어 180달러까지 상승하더라도 옵션 매도자는 130달러에 주식을 넘겨줘야 합니다. 5달러의 프리미엄 수익은 확보했지만 50달러의 추가 수익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죠.

하락장엔 하방 보장 못해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횡보 중이거나 하락장일 때는 어떨까요.
커버드콜 ETF는 상승장에 상방이 제한돼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렇다고 하락장일 때 하방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커버드콜이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맞게 되는 건 마찬가집니다.
120달러짜리 엔비디아 주식에서 5달러의 프리미엄을 받고 옵션을 매도했더라도, 엔비디아 주식의 가격이 95달러로 떨어진다면 여전히 20달러 손해가 발생하는 것처럼요. 기초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옵션 프리미엄 수익으로 상쇄한다고 한들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증권시장이 장기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던 2022년, 많은 커버드콜 ETF들이 큰 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커버드콜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은 상장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12% 수준의 시가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는데요. 그러나 2022년도 당시엔 두 달 만에 고점대비 40% 넘게 주당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었죠.
아무리 높은 배당수익을 제공해준다고 해도 주가가 급락해 투자 원금을 그 이상으로 잃게 된다면 투자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제 살 깎아먹기'의 모양새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비싼 총보수
커버드콜 ETF는 일반 ETF에 비해 총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방식의 일반 ETF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죠. 옵션 프리미엄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옵션을 매도하는 등 다른 ETF에 비해 운용 비용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기초자산 미국 나스닥100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는 0.0068%인데요. 반면 미국나스닥100을 기초자산으로 둔 커버드콜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는 0.37%에 달합니다. 같은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상품인데도 차이가 꽤나 나는 편이죠?
누군가에겐 1년에 약 0.3%의 차이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익률에 있어 매번 지출되는 총보수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가입유지 기간이 긴 절세계좌 특성상 장기투자를 하는 가입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 점도 함께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커버드콜 ETF, 누가·어떻게 투자 해야하지?
지금까지 커버드콜 ETF의 리스크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았는데요. 그럼에도 고배당과 절세 메리트를 지나치기 아쉬우신가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커버드콜 ETF이 어느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투자를 진행해야하는지 짚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커버드콜 상품은 시세차익보다는 배당수익을 주 목적으로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은 배당금 지급주기가 짧은 편입니다. 대부분 매월 지급하는 월배당 형태죠. 그렇기에 배당 수익을 통해 현금흐름을 마련하려는 은퇴자나 은퇴 준비자들에게 보다 적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외 원천징수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에게도 커버드콜 ETF가 도움이 될 수 있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횡보 중일 때가 제일 유리합니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진입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죠.

반면 커버드콜 ETF는 장기적인 자산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방이 제한되어있다는 점이 큰 이유죠.
옵션 프리미엄을 통한 고수익은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다면 기초자산의 상승 기회를 계속해서 포기하는 꼴이 되어버리는데요. 이게 길게 봤을 땐 기대수익이 낮아지는 주원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거든요. 장기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라면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은 자신의 재정상황과 목표에 맞는 최적의 선택지를 찾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커버드콜 ETF도 만능 투자처가 아닌, 특정 투자 목적과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 중 하나일 뿐이죠.
화려한 마케팅 문구나 단기적인 고수익에 현혹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것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적합한 투자 상품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