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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도 열린 '62조 연기금' 투자풀...인가 획득 속도전

  • 2025.03.05(수) 07:31

금투협, 금감원에 라이선스 신속 인가 요청
기금운용 경험 NH·KB·미래, 인가 도전 예상
수익성 낮지만 OCIO 시장 선점 노려 진출

62조원 규모의 연기금 투자풀이 증권사에도 빗장을 연 가운데 금융투자협회가 직접 금융감독원에 등록 인가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금은 연기금 위탁 경험이 있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 선점 등 이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많은 회사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증권사의 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인가를 신속히 밟아달라는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업계가 감독당국에 신속 인가를 촉구한 배경은 기획재정부가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갖춘 증권사에도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 참여를 허용하면서다. 연기금 투자풀이란 4대 연기금 외 63곳의 연기금이 지정된 주간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제도다. 기금이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유형별로 자금을 분산해 운용사에 맡기면, 이를 운용사가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대신 굴려주는 시스템이다. 2020년 30조원을 밑돌았던 투자풀 수탁고 규모는 2024년 말 기준으로 62조원에 달한다. 

지금 연기금 투자풀은 자산운용사에 한해 주간 운용 업무를 맡기고 있다. 사실상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2개사의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제는 다른 기금처럼 주관사를 선정할 때 증권사도 주간 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9월 주관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라이선스를 따는게 급선무다. 현재 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인가를 갖고있는 증권사는 △DS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케이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9개사다. 금감원에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등록까지 보통 2~3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류 준비 등 준비기간을 합치면 9월까지 6개월여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다. 금투협이 지원 사격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등록인가를 받기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이미 기금 위탁운용 사업을 하고 있는 NH투자증권(주택도시기금), 미래에셋증권(고용보험기금), KB증권(장고·임채기금)이 꼽힌다. 이중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OCIO 본부를 중심으로 등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래에셋증권은 신청여부를 검토 중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이미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 두 곳 모두 OCIO 조직을 축소해 실제로 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기금 운용을 해본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3군데 정도가 투자풀 운용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 많은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은 낮은 수익성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이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 입찰에 등을 돌린 배경도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연기금 투자풀에 투입하는 전담인력은 평균 30명인데 운용보수율은 0.03%포인트를 밑돈다. 그나마 기금 운용 관련 조직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는 증권사는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적어서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대형증권사는 연기금 투자풀 주간 운용사 경험이 미래 퇴직연금 시장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회사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기금을 굴릴 수 있어 OCIO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진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로 사업을 갖추려면 출혈경쟁을 각오해야 하다보니 일부 증권사만 지원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OCIO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트랙레코드를 쌓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운용보수가 높아질 경우 더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연기금 투자풀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는 증권사에 주간사 참여를 허용함과 동시에 성과 체계도 손질했다. 우선 주간 운용사가 운용하는 자산유형별 통합펀드의 평가 기준을 보수 차감 후 수익률에서 차감 전 수익률로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완전위탁기금 운용보수를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기재부는 2022년 연기금 투자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완전위탁기금 제도를 들여왔는데, 이는 자산배분 전략 수립부터 성과평가까지 모든 단계를 투자풀에 완전히 위탁하는 방식이다. 그간 완전위탁형 기금에 대해서 고정보수를 지급해왔는데, 앞으로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에 따라 성과보수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완전위탁제도 내 성과연동 보수 도입은 현 투자풀 체계에서 좀더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독려하여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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