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공개매수로 204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총액 1조8000억원)에 확보한 고려아연이 연내 해당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소각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에 놓인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에 유리한 쪽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이 보다 진전된 자사주 소각 시점을 밝히면서 적어도 공개매수로 취득한 1조8000억원어치의 자사주는 올해 안에 소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안에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소각 시점을 담은 자사주 처리계획은 지난 13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주가안정,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권익 보호를 도모하고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처분 등 임직원 평가보상에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는 253만9726주이다. 이 가운데 80.3%인 204만30주가 지난해 10월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에 맞서기 위해 진행한 대항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공시한 대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며 "오는 28일 열릴 정기주총 결의를 통해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연결 및 별도재무제표 승인 이후 2025년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회사의 자본금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자본금을 줄이지 않고 대신 회사에 남아도는 돈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고려아연은 28일 열릴 정기주총 안건에 임의적립금 1조6689억원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다만 고려아연에 맞서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원가에 해당하는 2조777억원 상당의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더 많은 소각을 요구한 셈이다.
한편 지난 13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논의한 자사주 처리계획에 대해 영풍의 장형진 고문은 반대의사를 던졌다. 나머지 이사진은 찬성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