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앞에 놓인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현안 중 하나가 본연의 통신사업 경쟁력 회복이다. 부진을 겪고 있는 '유선'을 재정비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무선'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그만큼 시급하다.
◇유선전화 사업, 갈수록 쪼그라들어
현재 KT의 통신 사업 현황은 처참할 정도다. 유선 부문의 경우 전화 가입자와 통화량은 갈수록 줄고, 모바일과 인터넷전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더욱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만해도 KT의 유선전화 가입자수는 1805만명이었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100만명 이상씩 떨어져 나가 올 10월에는 1448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유선전화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게 한 원인이다. 그러나 경쟁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KT의 유선부문 경쟁력 약화가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잘 보여준다.

▲ 통신사별 유선전화 가입자수. |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T의 일반전화와 인터넷전화 등 유선전화의 가입자당매출액(ARPU)은 지난 2007년 1만6511원에서 올해 3분기 9595원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 무선통신에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유선통신 매출부진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KT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이동통신을 한데 묶는 결합상품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유선전화의 ARPU 감소로 이어졌다. 게다가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이 이 시장에 침투하면서 KT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7년 88.4%에서 올해 9월 59%로 줄었다. 시장점유율 감소는 제품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경쟁사가 KT를 이미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다.
◇LTE 진출 늦어 무선 경쟁력 약화
KT는 유선뿐만 아니라 무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KT는 새 성장 동력인 4세대(4G) LTE 시장에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뛰어들었고 이는 치명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KT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수는 1636만명으로 올 1월에 비해 24만명 순감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19만명, LG유플러스는 78만명 각각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경쟁사들이 LTE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높은 우량 가입자 유치에 나설 때 KT는 손을 놓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 기존 3G보다 속도가 5배 빠른 LTE 기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으나 KT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헤맨 것이다.
최근 KT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탈하는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세에 몰려있다. 올해 3분기 KT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3분기 KT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3% 하락한 5조7346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2.7% 증가한 3078억원을 달성했으나 이마저도 계열사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 이동통신 3사 이동전화 가입자수. |
KT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조금을 동원하는 방식까지 써왔지만 허사였다.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불법 보조금을 주도한 사업자라고 판단해 이통 3사 가운데 KT에만 1주일간 영업정지(신규가입자 모집 금지)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KT는 당시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많이 보조금을 뿌렸으나 역설적으로 가입자 이탈자 수는 가장 많다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황 내정자가 KT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보다 본연의 통신사업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전임 회장 시절인 지난 5년간의 시행 착오에서 알 수 있던 것처럼 핵심 사업을 키우지 않고는 KT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 환경이 LTE 시대로 넘어오면서 KT는 이 시장에서 뒤쳐진 경쟁력을 만회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유무선이 통합되긴 했으나 황 내정자가 무선 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새로운 비전과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간 실적에 급급하기 보다 장단기적인 전략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성공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