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예상대로 대화면폰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대화면폰으로 시장을 잠식하자 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한 '맞불' 차원이다. 애플은 '아이폰5'부터 화면크기를 4인치로 살짝 늘린 바 있으나 신형 아이폰6에선 이보다 더욱 확대한 2종의 모델을 동시에 내놓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고집했던 이상적인 화면크기(한손으로 제어할 수 있는 3.5인치)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다운 유연함이 돋보인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4.7인치)'와 '아이폰6 플러스(5.5인치)'를 공개했다. 손목시계 모양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와 전자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도 선보였다.
신형 아이폰에는 기존 시리즈보다 더 큰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아이폰6는 1334x750 해상도의 4.7인치 레티나H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전작인 5S보다 38% 더 넓은 화면을 제공한다. 나아가 아이폰6 플러스는 1920x1080 해상도의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 88% 더 넓은 화면과 거의 세 배 더 많은 픽셀을 제공한다.
애플이 대화면폰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은 꽤 오래전부터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이나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화면폰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5인치 이상 대화면폰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폰과 태블릿을 결합한 개념의 패블릿(Phablet) '갤럭시노트(5~6인치)'로 애플의 아성을 흔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에 5인치 이상 대화면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대화면폰이 '한손으로 조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애플의 '또 다른 이름'인 스티브 잡스의 고집도 작용했다. 이 틈을 타고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시장 선두 자리를 삼성에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쿡 CEO 체제에서 애플은 시장 요구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줄 아는 유연한 기업으로 바뀌면서 결국 대화면폰을 수용하게 됐다.
애플이 대화면폰을 꺼내들면서 삼성전자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북미 지역에서는 애플 충성 고객이 여전히 많아 아이폰6가 돌풍을 일으킬 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번스타인 리서치는 신형 아이폰이 오는 10월부터 내년 10월까지 1년간 총 1억82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대비 9% 증가한 수치다. 이날 쿡 CEO는 "이는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진보를 이룬 제품"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의 화면크기를 키운 대신 두께는 기존보다 더욱 줄였다. 아이폰6 두께는 6.9mm, 아이폰6 플러스는 7.1mm다. 작년에 나온 아이폰5S(7.6mm)보다 0.5~0.7mm 얇아져 한손으로 쥐고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홈버튼을 두번 터치하면 스크린 상단이 엄지손가락이 닿는 위치까지 내려오는 '한손 모드'가 지원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전반적인 사양도 개선됐다. 신형 아이폰에 장착된 A8 칩은 2세대 64비트 데스크탑급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보다 빠른 속도와 높은 전원 효율성을 구현한다. 아이폰6는 골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등 세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미국에서는 통신사 2년 약정을 통해 16GB 모델을 199달러, 64GB 모델을 29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아이폰6 플러스도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같은 조건에서 299달러(16GB) 399달러(64GB)로 살 수 있다. 오는 19일부터 미국을 비롯한 독일 일본 등에서 출시되며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은 제외됐다.
국내 정식 출시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해 SK텔레콤, KT 등 3사 모두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 판매가는 16GB모델이 73만원, 32GB는 79만원이다.
한편 애플은 첫번째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파이어 글래스를 장착했으며 골드버전 등으로 출시된다. 심박측정 등 건강관리 기능과 홈 자동화 기능, 디지털 결제 시스템 등의 기능을 탑재했으며 내년초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349달러(약 35만8000원).
애플은 새 운영체제(OS)인 'iOS 8'를 오는 17일부터 무료 업데이트 방식으로 배포한다. 업데이트를 하면 미국 애플 고객은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