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와 SK C&C 합병과 더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부터 속도가 붙었다.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적과 함께 통신업 만으로는 미래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큰 변화의 맥은 오는 12월경 완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주, 경쟁사, 협력사, 규제기관 등 이해관계자 모두 SK텔레콤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 이용환 재무관리실장(CFO)은 최근 배당정책을 설명하면서 "중장기 배당정책에는 재무적 플랜도 감안해야 하므로, 연말 이사회에서 현재 만들고 있는 3개년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방향성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즉, 현재 SK텔레콤을 둘러싼 사업환경 변화를 그리고 있고, 12월 이사회에서 승인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재 SK텔레콤이 그리고 있는 사업플랜은 무엇일까.
◇SK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
SK텔레콤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그림의 핵심축 중 하나다. 주된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모회사다. SK하이닉스 수익은 SK텔레콤을 거쳐 지주회사인 SK㈜로 반영된다. 때문에 연결기준으로 지주사에 반영되는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이 작다. 그런 차원에서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을 강구 중이다.
SK그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략 4개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그룹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인 SK텔레콤홀딩스와 사업사인 SK텔레콤으로 분할시킨 뒤, SK텔레콤홀딩스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 경우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배당금이 SK그룹 지주사로 직접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두번째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인 SK텔레콤홀딩스와 사업사인 SK텔레콤으로 분할시킨 뒤, SK텔레콤홀딩스를 SK㈜와 합병시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돼 지분법 반영이 커진다. 하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있다..
SK텔레콤홀딩스와 SK㈜ 합병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선 SK텔레콤홀딩스 기업가치를 낮춰야 하는데, 이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시장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합병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 즉 리스크 크고 효과는 그에비해 적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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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SK㈜와 SK텔레콤 모두 기업분할 시켜 SK㈜홀딩스·SK㈜, SK텔레콤홀딩스·SK텔레콤으로 만든 뒤, SK㈜홀딩스와 SK텔레콤홀딩스간 합병하는 가정이다. 이는 시나리어 1·2간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최태원 회장 지분율 상승이 가능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자회사 배당금이 지주사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미디어사업을 SK텔레콤홀딩스가 영위할 경우 SK텔레콤 통신사업과 분리돼 정부의 요금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정부·정치권 등 규제기관이 반겨할리 없고, SK㈜ 분할시 주주반발이 거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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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SK㈜만 지주사와 사업사로 기업분할하고, SK텔레콤과 SK㈜간 지분교환을 통해 시스템통합(SI) 중심사업을 SK텔레콤이 갖고 SK하이닉스는 SK㈜ 지주사가 갖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정부·국회의 규제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SK㈜ 지주사 아래로 가져올 수 있다. 또 최태원 회장 지분율 하락 우려도 없다. 반면 SK㈜ SI사업가치를 높게 만들지 못할 경우 SK텔레콤과 SK㈜간 지분교환시 자금부담이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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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4가지 시나리오 이외에도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은 기업분할·합병·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변동 등 변화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55조 액션플랜 나와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취임 후 2018년까지 SK텔레콤과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5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서 SK하이닉스 기업가치는 제외시켰다. 즉 2018년에는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 자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전재조건이 반영됐을 수 있다.
어쨌든 기업가치 55조원 달성 목표를 위해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한데, CEO에 취임하자 마자 사업전략을 모두 마련하긴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3대 플랫폼 사업전략을 내세우면서 시장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변화 상황을 종합한 3개년 계획이 필요하고, 이런 맥락에서 12월중 확정안이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SK텔레콤의 미래 변화상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텔레콤 신규사업 성장목표를 비롯해 자회사인 SK플래닛과 합병법인으로 출범할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을 통한 사업전략이 어떻게 짜야질지도 관심이다. 경우에 따라선 SK플래닛을 기업공개 시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주주·규제기관은 어떻게 볼까
SK텔레콤의 변화는 단순히 사업전략 차원에서만 볼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주주관점에서 SK텔레콤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중요하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나올 여러 시나리오 속에는 SK텔레콤 주주에게 유리한 방안도, 불리한 방안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SK그룹에게는 유리한데 SK텔레콤 주주에게는 불리한 방안도 있다. 과연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SK그룹 사업전략에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다음은 규제이슈다. SK텔레콤의 통신업은 철저한 규제사업이다. 예를들어 기업분할 및 인수합병 과정에서 규제기관으로부터 불리한 인가조건을 받으면 매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수조건으로 2001년 6월말까지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56.9%에서 5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또 자회사로 있는 휴대전화 제조사 SK텔레텍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시켰다. SK텔레콤 자회사로서 타 이동통신업체에 휴대전화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휴대전화 생산량까지 규제한 것이다. 결국 SK텔레텍은 2005년 팬택에게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SK텔레콤 경영진 입장에선 주주, 규제기관, 사업전략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묘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조만간 확정될 미래그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