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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M&A불허]④KT·LGU+ '경쟁사 셈법은'

  • 2016.07.11(월) 11:07

공정위 비판 여론 '걸림돌'…도넘으면 발목 잡힐라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지난 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합병 불허 굳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대놓고 불허 굳히기를 할 순 없는 형편이다. 여론이 공정위 판단에 대한 비판조로 쏠렸기 때문이다. IPTV 등 전국 사업자가 권역별로 흩어진 케이블TV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양사 합병법인의 권역별 점유율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강화한다는 판단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다.

 

◇ 웃을 수 없는 KT·LG유플러스

최근 KT와 LG유플러스는 난감한 상황이다. 여론이 공정위에 대한 비판으로 몰리는 탓에 '합병 불허 굳히기'에 들어가는 행보가 조심스럽고, 합병 무산 이후의 계획도 꺼내 들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세부적인 공정위 판단근거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자칫 말 실수라도 할 경우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위의 판단근거가 추후 자신들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다. 

 

실제로 현재 알려진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양사 합병법인이 23개 방송 권역 중 21곳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강화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있다는 정도뿐이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도 딱 거기까지만 확인해준다. 공정위도 입을 굳게 닫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관계자들은 "알려진 내용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난감하다"며 "보고서 내용이 상세히 알려져야 대응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심사 보고서 내용을 알아보고 있으나 파악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각에선 강한 여론의 공세에 밀린 미래부가 공정위 사무처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이 나오는 전원회의까지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원론만 계속 제시할 계획이다.

 

 

◇ 결사반대, 양날의 칼 되나

공정위의 불허 기준은 KT, LG유플러스의 향후 사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역별 점유율에 따른 불허 판단은 다른 사업자들의 인수합병도 가로막는 잣대라는 점에서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업체 인수 주체로 자주 거론됐으나,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인수합병을 검토조차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도 공정위가 이런 기준으로 반대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스로 발을 묶은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1위인 KT는 이미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내 SO협의회는 지난 7일 공정위에 보낸 질의서에서 형평성을 따졌다.

이들은 "SK텔레콤은 인수합병 이후 유료방송과 IPTV 등 2개 이상 플랫폼을 소유하게 되고, 유료방송 1위 사업자보다 가입자 수가 적으나, 공정위가 불허 판정을 했다"며 "그런데 KT도 위성방송과 IPTV 등 2개 이상의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 1위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지적한다.

◇ 축배는 누가 들까

 

이처럼 각종 걸림돌이 산재했지만, 불허 결정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

이렇게 유료방송 업계의 강력한 2위 등장이 무산되면, 1위 KT와 3위 LG유플러스는 각각 1위 굳히기, 2위와의 경쟁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특히 KT·LG유플러스 양사 수장들도 각각 임기 말, 임기 초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은 연임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1등 DNA를 강조하고 있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도 작년 말 취임 이후 대형 방어전에 첫 성공하는 셈이어서 경영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결론은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인수합병을 두고 싸우는 논리는 산업 활력과 소비자 보호로 정리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판단이 더욱 주목된다. 물론 산업 활력이 소비자 보호로 연결될 수 있고, 인수합병 저지가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쪽 주장이 팽팽하다.

KT, LG유플러스는 그동안 "통신·방송 1위 사업자들이 결합하면 양쪽 영역을 걸친 독과점 업체가 탄생해 사업자 경쟁환경을 악화시켜 결국 소비자 선택권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SK텔레콤은 "인수합병으로 침체된 방송·통신 시장에 경쟁을 통한 활력을 제고할 것이고 소비자 피해는 엄중한 처벌로 막으면 된다"고 반박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조건부일지라도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텐데 이번 공정위 판단을 보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며 "SK텔레콤 등 당사자의 의견제출과 공정위 전원회의, 방통위·미래부의 결정 등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긴장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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