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시연용으로 만든 5G 버스. [사진=김동훈 기자] |
"유동 인구, 밀집한 고층 빌딩 등 주파수 방해 요소가 많은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국내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시연하겠습니다. 5G 버스 출발해주시죠."
KT는 13일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오는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 선보이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의 준비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KT는 평창 올림픽에 쓰일 자사 5G 통신 규격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광화문 광장 일대에 구축한 5G 테스트 네트워크(시범망)와 각종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시연했다.
빌딩 실내 환경에서는 2.3기가비피에스(Gbps)의 무선 다운로드 속도가 구현됐고, 5G 장비가 탑재된 '5G 버스'는 광화문 광장 주변을 운행하면서도 1.26Gbps 수준의 끊김 없는 5G 서비스가 제공됐다.
버스 주행 과정에선 기지국이 변경될 때 발생하는 통신 끊김 현상을 최소화하는 '핸드오버'(Hand Over) 기능이 활용됐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경쟁사(SK텔레콤)는 평탄한 개활지인 영종도에서 5G 서비스를 시연했으나, 광화문은 전파 환경이 굉장히 어렵다"며 자사 기술력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5G 기술을 접목한 '커넥티드카'를 세계 최초로 시연한 바 있다.
▲ KT의 5G 버스 실내에서 창문 밖을 응시하면 세종문화회관이 보이고, 투명한 디스플레이 위에는 각종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버튼이 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5G 버스는 창문에 설치된 삼성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구성됐다.
실제로 버스에 탑승해 투명한 창에 떠 있는 '실시간 영상 감상'이란 글자를 터치했더니 세종문화회관만 보이던 창밖은 눈이 내리는 산간이나 노란 들판, 푸른 해변 등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어 실제로 그곳을 지나는 듯한 가상현실을 체험하며 이동할 수 있었다.
▲ 창문밖 풍경이 바뀌면서 실제 머무는 광화문 광장이 아닌 해변을 달리는 듯한 VR 콘텐츠가 구현되고 있다. [사진=김동훈] |
'360도 VR 체험'이란 글자를 누르면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등 동계 스포츠 경기를 원하는 각도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
또 '위치기반 AR' 기능을 누르면 유리창이 지도로 바뀌는데, 이때 스마트폰에 해당 지도가 그대로 반영되고 스키장 등 원하는 장소를 표시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서비스도 구현됐다.
향후 IPTV 등 각종 콘텐츠가 추가되고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되면 운전 중 손을 떼고 각종 영상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 KT 모델들이 5G 버스에서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사진=KT] |
이런 5G 기술이 올림픽 방송에서 각종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KT는 기대했다. 이와 관련 KT는 시속 120~150km의 속도로 활주하는 봅슬레이에 무선 카메라를 부착해 선수 시점에서 스릴 넘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싱크뷰 영상전송'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이스하키와 같은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나오는 경기에서 개별 선수의 움직임만 따로 감상할 수 있는 '타임 슬라이스', 기존에 경기장만 보여줬던 것에서 대기석과 인터뷰석 등으로 감상 영역을 확대한 360도 VR 서비스도 소개했다.
홀로그램의 경우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을 하나의 홀로그램에서 구현하는 '다자간 홀로그램'(서울-평창-강릉) 서비스도 세계최초로 시연에 성공했다. KT는 실제 경기에 이같은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물론 각 종목 스포츠연맹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오성목 KT 부사장이 동계스포츠와 5G가 연계된 봅슬레이로 '싱크뷰'(Sync View)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
KT는 이번 테스트가 자사 주도로 제정된 5G 규격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검증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통신 장비·칩 제조업체의 장비간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표준 제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KT는 내년 9월까지 평창 5G 규격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목표다.
5G 시범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강원도 평창과 정선, 강릉을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에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4~5개월에 걸친 안정화를 거쳐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18년 2월9일 5G 시범 서비스를 전격 선보인다는 일정이다.
특히 KT는 평창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여 현재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LTE 장비 시장 점유율 4.4%를 5G 시대에선 오는 2016년까지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다. 지난 3월 5G 포럼이 발표한 '5G 서비스 로드맵 2022'에 따르면 오는 2026년 글로벌 5G 시장 규모는 통신 서비스 1조3485억달러, 단말 4604억달러, 네트워크 장비 526억달러 등 총 1조8615억 달러로 추산된다.
오성목 KT 부사장은 "통신 분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5G 시대를 여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KT는 글로벌 업체뿐 아니라 중소 협력사, 관련 단체 등과 협업해 5G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