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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유료방송]②동등결합이 뭐길래 '티격태격'

  • 2016.12.22(목) 16:26

공정경쟁 위한 동등결합 내년 출시…실효성 '의문'
전문가들, 소비자 혜택 우선 고려해야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이 경쟁하는 유료방송산업은 연간 매출 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IPTV-케이블TV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둘러싼 쟁점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유료방송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크다. 유료방송과 스마트폰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아닌 케이블TV(SO) 업계는 이동통신사의 공세에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유료방송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려해 케이블TV와 이통상품을 함께 팔도록 하는 동등결합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을 방침이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 결합상품, IPTV로 쏠리게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유료방송과 이동통신을 결합한 상품 가입자는 496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가입자의 17.5%에 달하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유료방송과 이동통신 결합의 과실은 IPTV와 이동통신상품을 함께 파는 이동통신사들이 대부분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42.3%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IPTV가 전체의 77.5%, 케이블TV는 2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가입자는 IPTV가 등장한 지난 2008년 이후 연간 9만7000명가량 감소했으나, IPTV는 연간 162만명씩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유료방송 가입자 전환에 이통 결합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케이블TV 업계는 결합상품으로 인해 서비스 품질 경쟁이 아닌 요금 경쟁으로 전환돼 이용자가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지적한다. IPTV 사업자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이동통신상품의 할인율은 낮게, 유료방송의 할인율은 높게 설정함으로써 방송상품의 무료 또는 저가화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케이블TV 업계의 위기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자본력이 강한 통신사업자만 시장에 남게 돼 독과점으로 인한 요금인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대책은 마련됐지만…

 

정부는 이런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방송공짜' 마케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단속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지난해 8월 실시한 바 있으나, 양측의 근본적 경쟁력 차이 극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해 결합할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방송상품의 과도한 결합할인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결합할인율에 대한 요금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가령 방송 할인율이 통신 할인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요금심사지침을 제정하고 요금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미래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케이블TV와 이통 상품을 묶은 '동등결합'이다. 미래부는 동등결합 협상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년부터 시행하고, 양측은 2월부터 실제 상품 판매할 예정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동등결합을 의무제공해야 하므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울산중앙방송, 현대HCN 등 케이블TV 사업자들과 이 상품과 관련한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이 이에 참여할 때 적용 가능한 지침도 마련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충분치 않아" VS "소비자 혜택 고려해야"

 

동등결합은 상품 출시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통사가 동등결합 상품을 판매할 때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케이블TV 가입자 정보만 노출되는 등 역효과만 발생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체와 KT 등 경쟁사 관계자들은 "상품 안내와 가입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며 "이동전화와 인터넷 가입자 정보가 경쟁사에 공유되기 때문에 역마케팅을 통한 시장 지배력 전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마련하는 근본 대책이 결합상품의 종말이라는 주장이 존재하나, 현실화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료방송산업 측면에서 보면 결합상품이 방송시장을 이동통신에 부속화한다는 평가에 대한 이의 제기는 드물지만, 결합상품은 요금할인 등 시청자 혜택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평가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운영한 유료방송발전방안 연구반 소속의 한 교수는 "단통법(단말기통구조개선법) 사례를 보면 제도 변경이 소비자에 도움을 안 주는 경우가 발견되듯, 결합상품이 (공정경쟁에) 안 좋은 것은 알지만 이를 없앴을 때 소비자 혜택만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합상품과 관련, 특정 업계 이익이 아닌 유료방송 시청자 권익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케이블TV도 원케이블이든 무엇이든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제도가 이용자 요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결합제도의 약자인 케이블을 보호할 것인지 공정경쟁원칙을 확립할 것인지 정책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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