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 기세가 거세다. 작년 IPTV 사업자 매출액이 처음으로 케이블TV(SO)를 추월하면서 양 진영의 격차가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KT는 인공지능(AI) IPTV 셋톱박스인 기가지니를 내세워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SK브로드밴드도 IPTV 설치·AS 업무를 총괄하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하는 등 양질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 쑥쑥 크는 IPTV…위축된 케이블TV
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IPTV 3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7.2%(5189억원)나 증가한 2조4277억원으로 이들의 재산 상황이 공개된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SO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KT스카이라이프 등 위성방송의 매출액도 2.9%(160억원) 늘어난 565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SO는 2조1692억원으로 전년보다 4%(898억원) 감소했다.
IPTV 사업자별로 보면 1위는 매출액 1조370억원으로 점유율 20.1%를 나타낸 KT가 차지했다. SK브로드밴드가 7924억원(15.3%), LG유플러스는 5982억원(11.6%)을 나타냈다. 전년대비 성장률이 가장 높은 쪽은 SK브로드밴드다. 이 회사는 전년보다 32.3% 성장했다. 이어 KT 24.9%, LG유플러스 24.8% 순이었다.
케이블TV의 경우 CJ헬로비전이 6375억원으로 전년보다 5.1% 감소한 것을 비롯해 티브로드(5451억원, 5.9% 감소), 딜라이브(3979억원, 2.9% 감소), 현대HCN(2142억원, 0.5% 감소), CMB(1278억원, 4.8% 감소) 등 대부분 감소했다.
◇ 시장 공략법도 다양한 IPTV
앞으로 IPTV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지난 1월 말 내놓은 기가지니 가입자가 5개월 만에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기록하면서 IPTV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KT는 기가지니에 증권 서비스를 지난달 30일 추가하고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기가지니는 IPTV 셋톱박스이므로 이 회사가 AI 사업을 강화하면 할수록 IPTV 시장 점유율도 높아질 수 있다.
합산규제가 내년 6월 일몰이 예정된 것도 호재다. 합산규제는 IPTV·케이블TV·위성방송의 합산 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다. IPTV와 위성방송을 서비스하는 KT는 현재 전체 유료방송 점유율이 약 30%이므로 확장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물론 KT 대 반(反) KT 전선이 형성될 수 있으나 발목을 잡던 규제가 풀린다는 사실은 아직 변함이 없다.
SK브로드밴드는 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설치·AS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공식 출범했다. 홈앤서비스는 구성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역량 강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더 높일 방침이다.
◇ 한쪽으로 쏠린 유료방송시장 앞으론?
IPTV 사업자들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 케이블TV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은 IPTV 3사가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과 방송을 묶어 파는 방식의 결합상품 영향력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까닭도 있다. 경쟁력 있는 휴대전화 상품이 없는 케이블TV 사업자는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42.3%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IPTV가 전체의 77.5%, 케이블TV는 22.5%를 차지하고 있다.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에 따라 미래부는 작년 말 동등결합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으나, 새 정부 들어선 특별한 추가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동등결합 상품은 이동통신사 휴대전화 가입자가 케이블TV 인터넷 상품에 가입하면 통신·인터넷 요금 모두 할인받을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인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은 케이블TV 사업자 5곳과 지난 2월 말 동등결합 상품을 내놓는데, 현재 이 상품 가입자 수는 7월 현재 1200~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KT와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동등결합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힌 뒤 무소식이다. 통신과 방송을 결합하는 상품은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동등결합 상품 활성화와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