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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톺아보기Ⅰ]①불붙은 실생활 경쟁

  • 2017.03.20(월) 14:58

통신·휴대폰·인터넷포털·배달앱 등 영역확산
집안 거실부터 손안 스마트폰까지..비서역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 생활로 성큼 들어왔다. 한때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해외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다루는 낯설고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국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비롯해 인터넷 포털과 휴대폰 제조, 배달앱 서비스 업체에 이르기까지 손을 대는 보편적인 영역이 됐다. 인공지능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ICT 기업 전반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현황과 그 배경을 짚어본다. [편집자]

 

▲ SK텔레콤이 선보인 스피커형 인공지능 기기 '누구(NUGU)'.

 

“레베카, 피자 하나 주문해줘!”. “네 라지 사이즈 한판과 콜라 1.25리터 2만8500원에 준비하겠습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스피커에 대고 음식을 주문했더니 스피커가 사람처럼 대답하고 주문도 일사천리로 한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의 실제 사용담이다.

 

레베카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작동할 때 쓰는 명령어이자 이름이다. 아리아, 팅커벨, 크리스탈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다. 높이 21cm의 크기의 원기둥 모양의 이 기계는 사람이 말을 하면 파란불이 켜지면서 대답한다.

 

음식 배달은 물론 모닝콜도 가능하다. 거실 불이나 TV를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날씨 정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집사 '자비스'처럼 거실 내 웬만한 영역을 말로 제어하고 명령할 수 있는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의 누구 외에도 음성인식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 업체를 비롯해 인터넷 포털, 휴대폰 제조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로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통신·인터넷 업체, 스피커 전쟁


국내 ICT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종이 통신사다. 누구와 같은 생활밀착형 제품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는 것. 통신사들은 ‘홈(Home) 인공지능’의 대중화를 내걸고 주로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스피커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작년 9월 발표한 누구를 신호탄으로 비슷한 제품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KT는 올 1월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셋톱박스 TV 제품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와 KT의 인터넷TV(IPTV)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KT는 IPTV가입자 점유율을 활용해 기가지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연내 인공지능 스피커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KT '기가지니(GiGA Genie)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최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Clova)’를 공개했는데, 내달에는 이 기술을 담은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할 계획이다. 클로바는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다.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는 다른 인공지능 제품들과 차별화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인공지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카카오톡 기업 계정인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챗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톡 간편 주문' 서비스를 통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기술로 웬만한 상품 소개와 주문 대응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카카오는 지난 14일 인공지능과 관련한 월간 보고서를 내고 정기적으로 기술 동향을 전하기로 했다.  

 

◇ 폰에서 배달앱까지..곳곳에 침투


인공지능은 모바일 시대 필수품인 스마트폰에도 내장됐다. 국내 휴대폰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전략폰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식하고 있다.

▲ LG전자 차세대 전략폰 'G6'에 담긴 인공지능 기술 '스마트 닥터'

 

삼성전자는 내달 출시할 전략폰 '갤럭시S8'에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최초로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비는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7∼8개 언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이달 출시한 전략폰 G6에 '스마트 닥터'란 인공지능 기술을 넣었다. 휴대폰 고장 등으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고객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다. 폰 상태를 기기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음식 배달 주문앱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가고 있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그동안 축적한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달앱에 특화한 대화형 챗봇 ‘배민 데이빗’을 선보일 계획이다. 음식이나 맛, 취향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된 표현을 학습해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주문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은 당분간 스피커와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을 거점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이 자사 인공지능 기술을 매개로 외부 업체와의 제휴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다른 업체들과의 합종연횡에 나선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은 다루는 고객 데이터나 쓰임새가 많을 수록 더욱 똑똑해지면서 경쟁력이 강화된다.

 

실제로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세계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7'에서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다른 회사에 제공해 관련 생태계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아마존닷컴은 이미 지난 2015년에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를 도입한 이후 인공지능 기술 제휴처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중국 레노버 산하의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아마존의 인공지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키로 하는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IT 기업들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국내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IT 기업들의 관심은 정부의 투자 계획과 맞물려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통한 국내 경제효과가 오는 2030년에 최대 4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정부는 인공지능 연구개발(R&D)에 16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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