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가상(암호)화폐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9월 넥슨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65.19%를 무려 912억5000만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는데요. 지난 2013년 설립된 코빗은 빗썸, 코인원 등과 함께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매출액 7억3100만원, 순손실 7억8000만원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규모의 투자였습니다.
NXC가 밝힌 인수 목적은 '사업다각화' 였습니다. 다소 흔하고 밋밋해 보이는 투자 목적인데, 사실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전세계 1위인 점을 보면 이번 투자는 NXC의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게임이 아닌 엉뚱한 분야 신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의중이 담긴 행보로도 해석됩니다. 김 창업자가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고 최대주주인 NXC는 게임사 외에도 레고 중개 사이트 '브릭링크'나 노르웨이 유아 브랜드 '스토케'를 인수한 사실로도 유명하죠.
대형사만 아니라 무협게임 '열혈강호'로 유명한 중견 게임사 엠게임도 암호화폐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이달 중으로 설립해 현재 진행 중인 채굴 사업을 기반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임사들의 사업 진출 소식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 인사의 진입도 눈에 띕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고,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성공시킨 바 있는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사들이 재빠르게 핫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배경은 이들의 사업과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암호화폐는 형태만 다를 뿐 오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임 사용자들은 실물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게임 아이템에 가치를 부여, 거래하고 있으며 게임사들은 이를 IT 기술을 기반으로 지원해왔는데요. 지난해 상·하반기를 휩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모두 게임 아이템 거래소 관련 부정적 소식이 나오면 주가가 출렁였을 정도로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즉 유사 사업 경험이 풍부하므로 일단 해당 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입문한 뒤 암호화폐 관련 정부 규제 움직임이나 화폐가치의 급등락 등을 지켜보면서 게임 사업과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해석입니다.
다만 이런 신사업 영역에서도 사업자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900억원대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는 넥슨과 달리 자회사 설립을 통해 실력을 쌓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겠다는 엠게임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이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선 어떤 결과를 보일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