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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⑭내몸에 블랙박스 이식한다

  • 2018.05.27(일) 16:55

통째로 일상 저장, 남의 정보도 열람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빅브라더 우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 자본시장, 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자기야, 어제 저녁에 뭐했길래 전화 안 받았어? 혹시 바람 피우고 있었던 거 아니지?"

 

애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부담스러울 겁니다. 누구나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은 하나쯤 있으니까요. 딱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사람 몸에 이식, 마치 블랙박스처럼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 뭘 했는지 모두 기록한다면 어떨까요? 남에게 말못할 민감한 내용을 비롯해 자신이 하루 종일 보고 들은 정보가 통째로 컴퓨터 상에 남는 거지요. 이 같이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기록하는 가상의 시스템을 다룬 영화 '아논'을 살펴봤습니다.

 

 

◇ 다 안다, 언제 어디서 뭐 했는지

 

영화는 뭐든지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에테르'란 가상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람의 눈과 귀로 받아들인 정보를 전산화한 후 컴퓨터 상에 기록으로 남깁니다. 영화는 이 시스템이 모든 인간의 신체에 이식되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에테르를 이식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면 텍스트와 동영상 등의 형태로 뜨는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원치 않은 과거를 확인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주인공인 형사 살은 애인과 데이트 도중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데이트에 집중하지 못하자 애인이 혹시 바람을 피는지 확인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아논이란 해커가 등장합니다. 아논은 에테르를 해킹해 누군가의 기억을 대신 지워주는 일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동성 연애를 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등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기록을 대신 삭제해주고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는 범죄 발생 당시 기록을 돌려볼 수 없게 해 경찰 수사를 피하기도 합니다.

 

살은 기록이 지워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아논을 의심하며 그를 잡기 위해 함정 수사를 벌이는데요. 그러나 살이 직접 만난 아논은 살인자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저 에테르란 시스템을 거부하며 각종 IT기기 접근을 차단한 채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었지요.

 

범인은 아논이 아니라 경찰 내부에 있었습니다. 경찰 수사를 돕는 보안 전문가가 아논의 기록 제거 기술에 개인적으로 매료되면서 해킹을 여태 묵인해온 건데요. 경찰이 혹여 아논의 정체를 발견할까 봐 그에게 의뢰를 맡긴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한 일종의 '광팬'이었습다.

 

범죄 혐의를 벗은 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는 아논에게 살은 왜 그렇게까지 정체를 숨기는지 묻습니다. 영화는 별다른 대답 없이 냉소를 남긴 후 떠나는 아논을 보여주며 막을 내립니다.

 

▲ 에테르는 하루 종일 보고 들은 정보를 그대로 기록한 후 누군가 눈을 맞추면 이를 보여준다.[자료=넷플릭스 캡쳐]

 

◇ 무심코 말한 것까지 기록된다

 

에테르는 인간의 신체에 AI를 이식해 눈과 귀로 인식되는 정보를 전산화한 후 컴퓨터 기록으로 남깁니다.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정보를 지인이 들여다 볼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기관에서 수집해 각종 서비스에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실에서도 영화 못지 않게 광범위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많은 정보를 기록하는 검색업체가 대표적입니다. 검색업체 구글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검색, 동영상 재생, 웹사이트 방문, 광고 클릭 기록을 남겨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을 비롯한 검색업체는 이용기록을 토대로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보여줍니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을 재생하면 화면 하단에 비슷한 콘텐츠를 띄우는데요. 이 같이 이용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끊임 없이 추천해 취향에 꼭 맞게 서비스하는 식입니다.

 

이용기록 수집과 활용은 AI 스피커를 비롯해 다양한 IT 기기가 등장하면서 숨 쉬듯 일상화되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평소에 무심코 말한 것까지 AI 스피커를 통해 기록되고 있는데요. 필요 이상의 기록을 남기면서 자칫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를 일으킬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의 AI 스피커인 에코는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미국인 부부의 대화 음성을 수집한 후 연락처에 있는 동료에게 전송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대화가 기록되고 원치 않게 누군가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자칫 영화 속 아논에게 기록 삭제를 의뢰한 것처럼 정보 유출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특정 기업이 개인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를 어디까지 기록하고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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