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유튜브의 공습과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등으로 인해 대대적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IPTV 등장 이후 위기를 맞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이같은 환경 변화에서 열세에 놓인 처지다. 이들은 지역성 강화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 융합형 전략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과 국내 사업자들의 사정을 분석하고 미래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지난 6월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케이블TV 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 위에 놓였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상한선 33.3%에 근접한 KT·스카이라이프가 공격적 영업에 나설 수 있고, 이를 견제하려는 쪽이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 시장 전체가 무한경쟁에 돌입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인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고, 최근에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가 다른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이같은 상황에 직면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속내가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쪽도 있고, 인수에 나설 의향이 있는 곳도 있으며, 현상 유지를 원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방향이든 외력에 의한 변화나 정부 규제에 기대는 방식보다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케이블TV 업계 전체에 이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케이블TV의 장점 중 하나인 지역성 강화가 주목된다.
◇ '지역성' 카드 내민 케이블
케이블TV 업계가 합산규제 일몰 전에 강조했던 논리 중 하나도 '케이블TV가 무너지면 지역 방송 콘텐츠라는 미디어 다양성도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돼 국가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기존 방송 매체 가운데 지역성이 가장 강한 매체인 케이블TV는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를 구현함으로써 지역민의 권리를 신장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역 밀착형 재난방송, 선거방송을 통해 지역민 대상의 정보 제공에 기여하면서 지역 미디어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취지의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하며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송이란 위치를 갖춰왔다.
CJ헬로의 경우 경북 안동에서 우박 피해를 입은 지역 농가를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CMB는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지역 가계 홍보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를 제외한 곳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서울이라도 '동네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현대HCN은 서울 서초구 지역 축제인 '서리풀 페스티벌'을 방송하며 생생한 동네 소식을 전했다. 딜라이브는 잊혀가는 교가 살리기 프로젝트를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선보였고, 티브로드는 시청자가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우리동네TV'를 방영했다.
◇ 지역미디어 가치 증명해야
다만 이같은 지역 특화 방송이 대대적 화제를 모으진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구축하고 영향력을 높여 케이블TV의 지역 미디어 가치를 대외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케이블TV 업계의 노력과 동시에 외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한호 교수는 "지방 정부와 상호 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시민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지역 미디어 센터 등의 구축도 필요하다"며 "정부는 지역 미디어 지원을 확대하고 해설과 논평을 가능토록 해 케이블TV의 사회적 기능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케이블TV가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케이블TV 방송사인 '쥬피터텔레콤'은 삿포로, 후쿠오카 등 5개 대도시에서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538만 세대를 가입자로 확보했다.
국내와 비교하면 IPTV 1위 사업자 KT(634만명)보단 적지만 IPTV 2위 SK브로드밴드(429만명), 케이블TV 1위 CJ헬로(411만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케이블TV 가입자와 고속 인터넷, 전화 서비스 등을 포함하면 일본의 4분의 1 세대를 확보한 규모라고 한다.
지역 케이블TV 채널이 10~11번대에 위치해 선택권이 일정 부분 보장됐고, 영업·관리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지역 밀착 콘텐츠,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쥬피터텔레콤 관계자는 "약 2600명이 방문 영업을 하고 있고 애프터 서포트 직원도 600명에 달하며 직영점은 70곳에 이른다"며 "VOD 콘텐츠도 6.5만편 확보하고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