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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vs 택시' 이익다툼에 소비자만 멘붕

  • 2018.10.18(목) 16:19

서비스 실시 앞두고 택시업계 강력반대
정부 사실상 손놔…공생 방안 모색해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초반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택시 업계가 운행을 중단하고 집회를 벌이는 등 강경하게 나왔고 주무부처이자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정부 반대로 카카오가 택시 유료호출 정책에서 한발 물러섰던 것처럼 카풀 서비스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택시업계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택시 업계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영업을 막아 택시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발한 택시기사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택시 업계는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택시 운행을 멈추기로 했다. 다만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부분 택시가 정상 운행하는 등 대란 수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4일과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두 차례 집회를 개최했다.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이날 3차 집회는 전국 3만명 이상(주최측 추산 6만명) 택시종사자가 참여하는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로 개최됐다.

 

◇ 돈되는 모빌리티 확장나선 카카오 vs 생존권 위협받은 택시 
 
택시 업계가 이달 들어 반발 집회를 연이어 개최한 것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카카오는 택시 호출 서비스의 성공 이후 대리운전과 주차,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지금의 카카오모빌리티란 교통부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초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카풀 관련 스타트업 럭시 지분 100%를 248억원에 사들이고 카풀로 눈을 돌렸다.
 
럭시를 품에 안은 카카오는 모빌리티(차세대 이동수단) 종합 서비스인 '카카오T'란 앱에 카풀 서비스를 추가하기 위한 통합 작업을 추진했다. 따로 운영해온 럭시의 카풀 서비스를 카카오T 앱에 넣으려는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카카오가 추석 연휴 이후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고 택시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럭시 인수 이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카카오는 택시 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카풀 서비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6일 카카오T 카풀 앱에서 활동할 운전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3년간 카카오택시 운영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지금의 택시 서비스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지금의 택시 서비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카풀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정식 서비스 일정을 따로 잡진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업계와 지속적인 협의를 하면서 우리가 지원할게 뭐가 있는지 귀를 기울여 왔음에도 아직 출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다만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새로운 이동 수단을 원하는 사용자 니즈를 위해 서비스를 하려는 기존 입장이 달라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 카카오·택시, 모두 희생없이 이익만 챙기려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우버, 그랩과 같은 세계적인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카풀 서비스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작년말부터 업계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끝장 토론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택시 업계는 지난 1년 동안 한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주요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신사업 규제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대표이사 사임 및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럭시는 지난해 매출 31억원에 영업손실 84억원을 내는 등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는 국토부 반대로 아직까지 카카오택시 호출료 인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카풀 및 모빌리티 서비스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우버와 그랩 등 주요 서비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세계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미국의 우버는 내년초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200억달러(약 1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급성장한 그랩은 성장 가능성과 사업 확장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투자금 유치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 투자 및 협력 모델을 찾고 있다.

  
한 카풀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정부가 나서 중재하거나 협의를 이끌어야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며 "서민경제 보호라는 명분에 갇혀 신규 산업 진흥에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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