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를 얻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고백하자면 이 방송에 나온 한 출연자의 열성 팬이었다. 누나 팬을 향해 윙크하는 그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2시간이 넘는 본 방송을 챙겼지만 출연자가 101명이다 보니 1분도 못 보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나를 비롯해 분노한 팬들은 당장 분량을 늘리라는 댓글을 남겼지만 별 수 없었다.
분량에 목 마른 팬들에게 직캠(직접 촬영 영상)은 단비와 같았다. 방청을 간 팬이 한 멤버만 집중 촬영한 직캠은 초점조차 안 맞지만 좋아하는 가수를 좀 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찾아볼 가치가 있었다. 이런 팬의 마음을 모른 채 직캠을 불법으로 간주, 차단하는 방송사는 야속하기만 했다.
얼마 전 팬의 마음을 읽은 듯한 아이돌 직캠 서비스가 나왔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선보인 U+ 아이돌 라이브는 그룹 내 모든 멤버의 고화질 직캠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다각도에서 가수를 촬영해 다양한 매력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서비스가 나오기까지는 실제 아이돌 그룹 팬인 배주형, 오지수 LG유플러스 사원의 공이 컸다. 각각 트와이스와 갓세븐의 팬인 이들이 자기자신을 비롯한 팬의 마음을 꼼꼼히 파악해 서비스에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직접 공개 방송에 가거나 뮤직비디오, 방송을 챙겨보는 열성 팬이었던 것. 팬의 시각으로 직캠 서비스를 만든 이들로부터 U+ 아이돌 라이브 기획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배주형 사원) 원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담당하다가 올 초 U+ 아이돌 라이브 서비스를 만드는 공연 TF로 왔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아이돌 콘텐츠를 제휴할지 판단하고 제휴처와 협상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오지수 사원) 저도 뮤직 서비스 팀에서 지니뮤직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올 초 공연 TF에 합류하면서 아이돌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U+ 아이돌 라이브를 기획한 두 분이 실제 아이돌 팬이라면서요
▲(배주형 사원) 학창 시절 걸그룹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침 일찍 공개 방송에 줄 서서 기다려본 적 있습니다. 당시 보유한 PMP에 뮤직비디오를 넣어서 다니기도 했고요. 사실 작년부터는 트와이스 모모에게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단체 대화방에 트와이스 사진을 올리면 다들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제가 팬이라는 점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제 정체성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오지수 사원) 저는 갓세븐의 제이비의 팬인데요. 저는 현장에 가진 못하고 집에서 영상을 보곤 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직접 가수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편이었고 이번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평소 생각하던 불편을 고려했습니다.
-팬의 시각이 서비스 기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합니다
▲(배주형 사원)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5G 환경에 걸맞게 고화질 대용량 서비스를 검토하던 중 우리 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자는 발상에서 이번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오지수 사원) 앱 기획 당시 제가 알고 있는 아이돌 팬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공개 방송에서 직접 찍은 영상을 자신의 홈페이지와 SNS에 올리는 일명 홈마스터가 있는데요. 이들을 만나 아이돌 그룹 영상을 촬영하거나 감상하면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물어봤습니다.
홈마스터들은 본 방송에선 인기 있는 멤버가 아닌 이상 화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오랫동안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방청을 간 한 팬은 현장에서 본 의상이 예뻐 영상을 소장하려고 했더니 정작 본 방송 화면에 안 잡혔다고 토로하더군요. 일부 팬이 힘들게 직캠을 찍더라도 화질이 나쁘거나 시야가 가려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면서 서비스를 만드니 즐거웠을 것 같은데요
▲(배주형 사원) 실제로 사무실에 들어가면 노래가 흘러나와 재미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이따금 일을 안 하고 노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공연 TF를 구성한지 얼마 안 됐을 때엔 업무 차 직캠을 감상하는 걸 본 동기가 왜 일을 안 하냐면서 문자를 보내더군요.
(오지수 사원) 저도 어플리케이션 수정 작업을 하면서 많은 직캠을 봤는데요. 정작 제가 좋아하는 갓세븐이 한창 일을 하던 시기에 컴백하지 않아서 일과 팬 활동을 함께 하는 즐거움은 다소 덜했네요. 이래서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의 약자로, 좋아하는 가수를 남들은 봐도 정작 팬이 못 본다는 뜻의 은어)이라고 하나 봅니다.
-이번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지수 사원) 직접 보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그저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배주형 사원) 트와이스 모모 양이 일본인인데 타국에 와서 바쁜 스케줄로 고생이 참 많은데요. 직접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모모 양이 건강했으면 합니다.
-방송사와 함께 직캠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배주형 사원) 방송사는 매주 음악방송을 하기 때문에 함께 직캠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 SBS플러스와 손잡게 됐습니다. 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음악 방송 카메라를 건드리지 않는 시야 내에서 추가로 직캠을 촬영하려고 했지요.
처음엔 기존 카메라가 촬영하려는 멤버의 절반을 가려 많이 고민했는데요. 담당 PD와 논의하면서 세트는 물론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 U+ 아이돌 라이브에서 음악 방송 영상을 재생한 후 직캠을 보고 싶은 멤버들을 선택하면 전체 화면 옆에 직캠 화면이 뜬다. [사진=U+ 아이돌 라이브 캡쳐] |
-방송사에서 본 방송 이외의 직캠 서비스를 하기도 하는데 U+ 아이돌 라이브만의 강점이 있을까요
▲(오지수 사원) 실시간으로 생방송을 보면서 직캠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화면에서 최대 3명의 멤버의 직캠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차별 점인데요. 아이돌 그룹 내 좋아하는 멤버가 여러 명인 분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솔로 가수가 등장하는 경우엔 정면, 후면 등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골라볼 수 있게 했는데요. 좋아하는 가수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봅니다.
(배주형 사원) 개인적으론 방송에 출연한 모든 가수의 직캠을 서비스하는 만큼 잘 몰랐던 가수의 매력까지 알게 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태진아, 노라조 등 아이돌이 아닌 가수의 직캠도 올라와 있더군요. 무심코 지나쳤던 이들 가수의 매력을 발견한 계기였죠.
-이용자 유입 효과는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요
▲(배주형 사원) 속도, 용량 제한을 없앤 무제한 요금제로의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해당 요금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했으니 분명히 이동이 있을 것이고요. 최대한 아이돌 팬을 즐겁게 하면서 이들만을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지수 사원)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 고화질 대용량인 아이돌 콘텐츠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화면에서 여러 개 영상을 보여주거나 높은 화질을 선보이면서 이용자의 이목을 끌 것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배주형 사원)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회사에 와서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요. U+ 아이돌 라이브를 통해 팬 활동의 즐거움을 좀 더 끌어올리고 싶네요. 5G 시대가 오면 여러 분야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내놓고 싶습니다.
(오지수 사원) 저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한 번 다운받고 바로 지우지 않는, 두고 두고 쓰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U+ 아이돌 라이브가 그런 앱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