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
"최근 시장이 어려웠지만, 한국 가상화폐(암호화폐)·블록체인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내 블록체인,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박시덕 후오비코리아(Huobi Korea)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시 강남구 후오비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올해 신규 비즈니스는 자사의 핵심 목표인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정책의 하나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후오비코리아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불리는 중국 후오비그룹의 한국법인이다. 후오비는 중국어로 '불타는 화폐'라는 뜻이다. 그만큼 핫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후오비그룹은 첫 해외 법인으로 한국을 낙점해 2017년 10월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3월 거래소 영업을 시작했다. 신뢰도 형성에도 신경을 썼다. KB국민은행에서 27년 일하며 컴플라이언스(준법) 업무를 주로 맡은 박 대표를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외에도 투자, 토큰, 월렛, 메신저, 연구소, 포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후오비그룹의 역량을 국내에서도 적극 활용해 국내 1위 거래소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시장의 부진과 함께 후오비코리아의 야심찬 목표 역시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올해 목표도 여전히 한국 1위"라고 역설했다.
◇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먼저"
후오비코리아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산업으로 발전할 수가 없고 오히려 도태될 것"이라며 "올해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기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성과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으나 4500명 이상이 찾은 블록체인 컨퍼런스 '후오비 카니발', 1000억원 규모의 한·중 펀드 조성, 블록체인 관련 기업 및 대학과 업무협약(MOU) 체결 등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거래소 사업을 중심으로 다른 블록체인 업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최근 결제 서비스 사업자 다날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향이 있다"며 "블록체인 특구가 지정되고, 후오비코리아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지방 도시 하이난을 자유무역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 움직임을 기대했다.
또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콘텐츠 제휴도 추진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뢰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후오비는 현재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2만 비트코인 규모의 별도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분기마다 거래소 수익의 20%를 '후오비 토큰'(Huobi Token) 소각에 사용하기로 했다. 후오비 토큰 일부를 소각하면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오비 그룹이 글로벌 거래소로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 역량 또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후오비가 투자자에게 재미없는 거래소일 수 있으나 깨끗한 이미지의 거래소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 [사진=김동훈 기자] |
◇ "올 하반기 규제 변화에 기대감"
한국 시장에 대해선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는 "블록체인에 관한 한국의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며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와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 IT 강국이라 불릴 만큼 우수한 IT 인프라가 구축됐고 관련 기술 발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이 글로벌 시장을 압도했던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후오비 그룹은 이러한 시장 흐름을 리딩하고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허브 역할을 다하고자 한국에 첫 번째로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시장규모로 보면 미국,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많은 잠재력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후오비코리아는 올해도 적극적인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이 현재 조금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 구조조정을 하는 거래소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후오비코리아는 구조조정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좋은 인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딘 점은 사업자 입장에서 애로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현재 한국은 정부가 ICO(가상화폐 공개)를 규제한 이후 아직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 전체가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세수 확보나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순기능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렇지만 체계가 잡혀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규제안이 마련된다면 후오비코리아 역시 합법적인 규제안을 준수하고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시장이 당분간은 대규모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불안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각국 정부에서 블록체인 관련 규제와 법안이 하나둘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시장이 조금씩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6월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 정부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ICO의 대안으로 꼽히는 증권형 토큰공개(STO)에 대해선 주시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일 수 있다고 봤다. STO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대안이 또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