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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위기, 시청자와의 연결고리가 없다"

  • 2019.09.02(월) 17:26

'한국 방송산업의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 개최

"그 많은 치즈는 누가 옮겼을까. 과거에는 치즈가 많거나 쥐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치즈는 옮겨져서 많이 적어졌고, 쥐는 많아졌다. 누가 치즈를 옮겼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치즈를 옮긴 사람을 찾아서 탓해야할까, 쥐들을 줄여야할까, 쥐들과 잘 얘기해서 나눠먹어야 할까."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교수는 2일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개최한 '한국 방송산업의 위기와 대응방안-글로벌 경쟁 격화와 지상파 방송의 역할' 세미나에서 방송산업을 치즈와 쥐에 비유를 들었다.

치즈는 방송미디어시장이고 쥐는 방송사를 포함한 기업들로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이어 "해결 방법은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가야 하며, 경로가 막혀 있거나 복잡하다면 누군가는 그 경로를 뚫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협회는 매년 개최하던 제56회 방송의 날 축하연을 취소하는 대신 방송의 날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비상경영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방송사 위기 타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방송협회는 2일 '한국 방송산업의 위기와 대응방안-글로벌 경쟁 격화와 지상파 방송의 역할'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유미 기자]

이날 세미나 발제자로 참석한 정 교수는 '그 많던 치즈는 누가 옮겼을까: 기민한 산업으로의 재탄생을 위한 아픈 결단"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미디어 영상산업이 재편되고 있어 적응성과 기민함이 필요한데, 왜 방송산업에서는 기민함이 부족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방송사가 수용자를 직접 접근성이 떨어지고 수용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매체력의 저하는 방송이 수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상실해 직접적으로 접하는 연결고라가 약해졌기 때문이다"라며 "다른 국가의 지상파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기민한 산업으로 바꿀 수 있었던 특징은 수용자와의 연결고리를 끊임없이 이어나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도 빠르게 온라인과 결합해 수용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 수용자 정보를 얻고 새로운 광고 정보를 얻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질적으로 수용자를 직접 만나서 수용자를 알아낼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이어 영국 채널4에 대한 사례도 소개했다. 채널4는 광고 기반 무료 OTT 서비스로 스마트TV 앱, 공공서비스 OTT, 모바일 앱은 물론 케이블, 위성 등 타사 플랫폼을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8년 기준 가입자수는 1600만명으로 16~34세 시청자의 3분의 2를 포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채널4의 전략은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일단 사람들이 끌어들이고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분석을 해보겠다는 전략이었다"라며 "젊은 층에 집중된 가입자로부터 얻은 이용 행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광고를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널4의 타겟팅은 좁은데 공공성이 이래도 되나,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라며" 젊은층에 대한 공공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방송산업의 대응에 대해 다양한 시도와 함께 수용자들을 TV로 끌어드릴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용자들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건 TV에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PPL을 사람들이 욕을 하는 건 콘텐츠가 재미가 없어서 PPL도 욕을 하는 것이며,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PPL도 용인이 된다"고 했다.

이날 '미디어 공공성과 건강한 공론장의 재구축을 위한 성찰: 환경, 제도, 문화, 그리고 주체'를 주제로 발제한 정수영 MBC 연구위원은 미디어 공공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 위원은 "지상파나 지역방송은 경영 위기이면서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규범도 흔들리고 있다"면서 "공공성과 산업성의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만 유독 지상파 위기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 균형 발전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은 무엇인지, ▲보장돼야 할 시청권은 무엇인지, ▲중간광고 문제가 해결되면 지상파 방송의 경영난은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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