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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제로 부동산]④'예금 깨서 보유세 낼 판'…'버티기' 가능할까

  • 2020.03.26(목) 12:08

코로나19+공시가격 인상 이중고 '세금부담 高高'
다주택자 증여 관심 여전, 고정소득 없는 은퇴자 발동동
세금·저금리에 상가투자 눈 돌리지만 '공실' 등 부담 커

부동산 시장은 당장엔 관망세가 짙다.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선 공시가격 인상 충격은 있지만 예상했던 부분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내외적 변화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의 '버티기'는 힘겨워질 전망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천만원대의 보유세에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은 주택을 정리하거나 상가 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도 감지된다.

◇ 관망 속 마음급한 은퇴자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 후 주택 처분을 시도하거나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는 미미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연초에도 장기보유자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6월 말까지 주택을 팔아야 할지, 부담부 증여를 해야 할지 등 세금 상담이 지속돼 왔다"며 "공시가격 인상은 예고됐던 부분이라 오히려 발표 후 매도, 세금 등 문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오히려 주택 처분보다는 시세가 내려가면서 과세기준도 동반 하락해 증여세가 줄어드니 증여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고정수입이 없는 주택 보유자의 움직임은 달랐다.

은퇴자들이나 주택 투자에 재산을 쏟아부은 직장인들의 경우, 보유세 부담을 느끼고 집을 팔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소득으로 보유세 감당이 어렵다는 의미의 '보유세 푸어(poor)'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강남은 33평짜리(전용 84㎡)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보유세가 1000만원대에 달하고 강북 인기 지역에서도 수백만원의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에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한 경우 보유세가 최대 1억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고액 주택 보유자 중에서도 의사, 변호사, 대기업 임원 등 고액의 고정수입이 있는 쪽과 과거에 상속·증여받은 집의 가격이 뛰면서 자산이 불어난 쪽으로 나뉜다"며 "두 번째 경우는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는 점점 오르는 보유세를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강남지역 다주택자의 경우 그동안 전세끼고 투자해도 집값이 상승세니까 보유세를 부담하면서도 버텼지만 은퇴자의 경우 이제는 예금을 깨서 보유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도 "은퇴자의 경우 임대수익이나 현금흐름이 나오는 것들은 보유하려고 하지만 아파트처럼 전세를 받거나 월세를 받기 어려운 것들은 보유세 부담이 크면 매각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 상가 투자로 눈 돌리지만 '장밋빛은 아냐'

대체 투자 수단으로는 지난해 이후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상가·빌딩 투자'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 역시 상가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회피 관련해 수익형 상가로 관심이 확대된 측면이 일정부분 있다"며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 금리가 1% 정도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여파로 경기 위축, 세입자 월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파트 전세 보다는 상가 임대료가 수익률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우병탁 팀장도 "코로나 때문에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분(임차인)들의 우려가 크고 장기화하면 폐업률도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현상은 비교적 일시적인 반면 부동산은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상가 쪽으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가 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안갯속이라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안명숙 부장은 "주택이 여러 채 있는 분들은 정리하면서 수익성 부동산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갈아타기 쉽진 않다"며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라 급하게 진행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의 공시지가가 9.42%, 서울 13.87% 오르면서 상가 몸값도 올라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상가별 평균 투자수익률은 2018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지난 2월부터는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빈 점포'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1.7%로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중대형상가의 공실률도 8%로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경기 침체, 자영업 업황 악화,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임차 수요가 점점 줄었다"며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착한 임대료 운동까지 생기면서 임대인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많이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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