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만 되면 수억원, 일단 넣고 보자'
앞으로 이런 식의 청약 열기는 다소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동안 주택경기 호황이 계속돼 수도권 주요 단지는 로또 청약(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당첨 시 시세차익 가능)으로 꼽혔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경기 악화와 규제 등으로 자금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역시 신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될 단지는 되겠지만…"
올 들어서도 청약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12.16 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수원에서 분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평균 경쟁률 70대 1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 분위기가 좋은 인천은 청약 열기도 뜨겁다.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와 '힐스테이트 부평'은 각각 272대 1, 48.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오랜 시간 많은 수요자들이 분양을 기다렸던 '과천제이드자이'는 193대 1, '위례신도시 중흥S클래스'도 104대 1의 경쟁률로 인기를 입증했다.
지방에서는 대구 '청라힐스자이'가 156.3대 1, '봉덕2차 화성파크드림'이 25.8대 1을 기록했다. 부산도 '포레나 부산 덕천'과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가 각각 104.9대 230.8대 1의 경쟁률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수도권에서도 경기 양주나 파주 등 북부 지역은 청약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는 등 수요자 눈길을 끌지 못했다. 지방도 울산과 제주 등 상당 수 단지가 청약 미달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청약 흥행에 자신 있는 단지는 사이버 모델하우스 등을 통해 분양일정을 강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단지는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이미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입지나 개발호재 등의 측면에서 애매한 단지들은 향후 분양을 진행한다고 해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견본주택을 보지 않고 청약을 넣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되는 지역에만 청약 통장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전부터 수요자 관심이 많았던 단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이전에 비해 수요자들이 청약을 보류하는 현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로또 청약 열기 한풀 꺾일수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계획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수의 사업장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3월 실제 분양물량은 각각 8328가구, 2만4949가구로 당초 계획된 물량의 42%, 71%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7월28일로 미뤄지면서 당초 4월 중 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의 일정도 여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이 청약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초 4월에만 6만6000가구 규모의 분양 물량이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일정이 계속 밀릴 것으로 본다"며 "그 이후로도 분양이 지연되는 현상은 계속돼 언제쯤 공급이 이뤄질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시장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혼돈에 빠지면서 그 동안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로또 청약 현상도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9억원 이상 주택은 대출 자체가 어렵고, 경기 위축으로 분양을 받더라도 3~4개월 마다 돌아오는 중도금 납입기일을 맞추기가 어려운 수요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은 물론 전체적으로 분양시장 열기는 한 풀 꺾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도 "강남은 높아진 대출 문턱과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현 시점에서는 무리하게 청약을 들어갈 상황이 아니다"며 "차익이 예상되는 단지에 투자를 목적으로 청약하는 것도 현 상황에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로또를 기대하고 청약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면 현 상황을 청약 적기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분양가상한제 뿐 아니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 강화로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분양가는 여전히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기존 아파트 가격이 1억~2억씩 떨어진다고 해도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가(假)수요가 빠지면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낮아져 돈 있는 실수요자들은 청약 당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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