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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클라우드 프로젝트' 착수…'성공 가능할까'

  • 2023.06.26(월) 15:14

국산 AI 반도체 개발해 데이터 센터 적용
2030년까지 8262억 투자 예고
"고객 습관 바꾸는 것 어렵지만 도전해야"

/그래픽=비즈워치

"국산 AI 반도체가 엔비디아보다 성능이 좋다고 '주장'하는데, 왜 안 팔리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 성능이 안 좋으니까 안 팔리는 사정이 있겠지만, 기술이 좋아도 고객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반도체 선배님들이 디램으로 일본 기업에 도전했던 때와 유사한 상황입니다. 또 부딪혀 보자는 겁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8000억원 이상 투자해 인공지능(AI) 반도체·서비스와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에 전운이 감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생성형 AI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급증하고 있으나, 자체 기술력이 없다면 '블루오션'에 대응하기는커녕 비용 부담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000억 투입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시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경기 판교 소재 NHN클라우드에서 제3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를 주재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K-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성형 AI 등장과 확산으로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347억달러에서 2026년 861억달러(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50% 규모)로 연평균 16%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엔비디아는 물론 AMD,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미국 기반 글로벌 기업들도 AI 반도체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어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신 무기가 등장한 상황에서 관련 기술 없이 전장에 나선다면 계속해서 패배하거나 해당 무기 비용을 계속해서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예정)을 관련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국산 AI 반도체를 NPU(Neural Processing Unit·딥러닝 등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저전력 PIM(Processing in Memory·메모리에 프로세서 기능을 추가해 고성능·저전력 구현)→극저전력 PIM 등 3단계에 걸쳐 고도화하고, 단계별로 데이터센터에 적용,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증 사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에 착수하는 1단계 사업 예산은 올해 약 376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약 1000억원(잠정)을 투자할 목표다.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국산 NPU를 데이터 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증사업이다. 

국산 NPU 데이터 센터 구축사업은 2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민간과 공공(광주) 2개 부문에 각각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공고 당시 각 사업당 목표는 연산용량 10PF 이상의 국산 NPU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이었으나, 참여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각 데이터센터의 연산용량이 2배로 확대된 총 39.9PF 규모로 착수한다. PF(Peta-FLOPs)는 1초당 1000조번의 부동소수점급 연산 실행으로 연산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다.

네이버·NHN·KT+AI 반도체 기업들 '시너지'

이번 사업에는 국내 클라우드·AI반도체·AI서비스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 클라우드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KT클라우드, AI반도체 기업은 리벨리온·사피온코리아·퓨리오사AI가 참여한다.

NHN클라우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민간과 공공 부문 각각 11PF, 총 22PF 이상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50% 이상에 달하는 규모이자 최대 규모다. NHN클라우드는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국산 NPU 기반의 응용서비스 실증(7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을 기반으로 국산 NPU 지원 플랫폼 개발과 클라우드 상품화를 통해 사용자 접근성과 활용도를 제고할 예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민간과 공공 부문(각 4.5PF)을 더해 총 9PF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퓨리오사AI의 칩을 적용해 자연어처리, 교육, 안전관제 분야의 실증서비스를 검증하고, 이후 다른 국산 AI 반도체를 추가 적용해 AI반도체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KT클라우드는 민간과 공공 부문(각 4.45PF)을 더해 8.9PF 규모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설계·구축한다. 특히 AI 응용 서비스도 실증할 계획이다. 국산 AI반도체, SW스택, 클라우드 플랫폼, AI응용서비스까지 어우르는 AI 풀스택(Full-stack)을 완성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KT는 초거대 AI인 '믿음'의 국산 AI 반도체 기반 상용화 가능성도 검증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기업들도 각오가 상당하다. 사피온코리아는 이번 사업에서 AI 반도체 기업들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 20PF(공공 10PF, 민간 10PF)에 해당하는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는 AI 반도체 'X220'을 활용해 시범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내년에는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4배 이상의 성능 효율 향상을 제공하는 'X330'으로 초거대 언어모델 및 영상처리응용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퓨리오사AI는 이번 사업에서 자사 NPU인 '워보이'(Warboy)와 차세대 칩인 '레니게이드'(RENEGADE)를 클라우드 기업에 공급해 관제, 자연어, 교육 분야의 AI서비스를 실증할 예정이다. 특히 레니게이드는 5나노 공정의 최첨단 AI반도체로 초거대 언어모델뿐만 아니라 맞춤형 추천, 비전, 음성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LG AI연구원과는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기반의 생성형 AI 상용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나노 EUV 공정을 통해 생산된 AI반도체인 아톰(ATOMTM)으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부동소수점 연산을 지원한다. 리벨리온은 이번 사업에 아톰을 활용, 1차년도에 2PF 이상, 3차년도까지 총 8.9PF 이상의 칩을 공급하고 지능형 관제 솔루션과 헬스케어AI 솔루션을 실증할 예정이다.

아톰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성 AI를 가속할 수 있는 AI반도체로, 지난 4월 AI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MLPerf'에서 엔비디아와 퀄컴을 앞서는 성능과 국내 최초 트랜스포머 모델의 가속을 검증받았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해도 고객이 기존 모델을 쓰던 습관과 같은 약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사실 더 어렵다"며 "미국을 제외하면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국가가 한국과 중국, 영국 정도인 상황에서 부딪혀 보자는 것"이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초거대 언어모델을 비롯한 AI 활용이 본격 확산되려면 상당히 많은 반도체 칩이 작동해야하며, 글로벌 기업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AI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AI반도체가 조속히 레퍼런스를 확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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