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에페글레나타이드를'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개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계획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으로, 그동안 한미약품이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GLP-1 계열 약물이다. GLP-1은 체중감소, 혈당조절, 혈압 감소, 지질 개선 등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들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이전한 바 있다. 하지만 사노피가 6000여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다 2020년 6월 한미에 기술이 반환됐다.
한미약품은 기술반환에도 불구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반환을 하긴 했지만 2021년 6월 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임상 결과를 8개 주제로 나눠 구두 발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게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그 중 4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대규모 심혈관계 안전성 연구(CVOT)를 통해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가 감소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ADA에서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의 나비드 사타(Naveed Sattar)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저위험 및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당(glucose), 혈압 그리고 체중을 낮추는 가운데 주요 심혈관 및 신장질환의 발생률을 안전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도 등재됐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비만약 개발 전략을 수립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급여 제품인 수입산 GLP-1 비만약들이 매우 고가인데다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한국 시장 상륙 시점이 불투명한 반면, 한미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다. 한미약품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신약으로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김나영 전무는 "상대적으로 BMI 수치가 높은 서양인 환자들을 타깃으로 개발된 외국산 GLP-1 비만약들 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 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이 더 우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적인 잠재력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한국에서의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가급적 빨리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