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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한 발' 뒤처지는 제약바이오

  • 2023.08.24(목) 07:00

글로벌 제약사, 경구용 GLP-1 개발 트렌드
"국내도 주사제와 경구제 동시 개발 필요"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주사제가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주사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 발 나아가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개발 중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주사형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 1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 주사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강화 효과를 내는 주사형 당뇨병치료제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 도중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면서 세계 최초로 GLP-1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4년, 국내에서는 2017년에 허가를 승인받았다. 

삭센다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06억 7600만 크로네(한화 약 1조 3500억원)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 총 1757억원 중 589억원의 처방액을 달성, 국내외 비만치료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1일 1회 주사하는 삭센다에 이어 주당 1회 주사하는 '위고비'까지 지난 4월 국내 허가를 받으며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GLP-1 기반 주사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형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대사질환 치료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지난달 식약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동아에스티도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1주 1회 피하주사하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 'DA-1726'를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에 글로벌 임상1상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대원제약도 지난 5월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와 당뇨 및 비만 치료제 신약 연구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선정에 나섰다. 이밖에 휴메딕스도 2021년 HLB제약과 손잡고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GLP-1 주사제를 간편하게 먹는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개발하는 추세여서 한 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당뇨 및 비만치료에 사용되는 GLP-1 계열 경구용 제제 '올포글리프론(LY-3502970)'에 대한 국내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이자도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다누글리프론'을 비만치료제로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주사제인 세마글루티드(제품명 위고비)를 1일 1회 경구용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마치고 연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제제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리벨서스'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허가를 받은 상태다. 노보노디스크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허가 받은 경구용 리벨서스의 용량을 높여 비만치료제로 쓰기 위해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했고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667명을 대상으로 후기 임상을 진행한 결과 체중을 15%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사제 비만치료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복약편의성 때문이다.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만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총 1조 2532억원 규모 중 경구제는 9796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주사제는 2735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1.8%에 불과했다. 삭센다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체중 감소 효과 외에도 경구제 비만치료제의 부작용 이슈가 부각되면서다. 만약 경구제가 주사제와 동등한 체중감소 효과와 낮은 부작용을 내세울 경우 비만치료제 시장은 다시 경구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R&D 트렌드가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넘어가고 있지만 국내는 주사제 따라잡기에 급급하다"면서 "이미 주사제 시장을 잡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견주기 위해서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개발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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