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구축된 모든 것은 '매스어답션(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더리움(ETH)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 30일 성남시 네오위즈 판교사옥에서 열린 '이드서울 2024(ETH Seoul 2024)' 키노트 강연에서 "이더리움은 단순한 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신뢰성과 탈중앙화 스토리지가 포함된 독립적인 기술 스택"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드서울은 이더리움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위해 열리는 블록체인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 행사다. 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간 개발자, 기획자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총상금 규모는 9만9500달러(약 1억3200만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오핀, 네오위즈가 이드서울의 베뉴 스폰서로 참가했다. 네오위즈그룹의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네오핀', 웹3.0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X'도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눈도장을 찍었다.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 전문가인 마성민 네오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드서울2024의 개막식 연사로도 나섰다.
부테린은 발표에 앞서 이달 초 진행된 덴쿤 업그레이드의 성과를 비롯해 이더리움 생태계가 발전되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토 댕크샤딩'이라고 알려진 EIP-4844를 적용해 레이어2 데이터를 저장하는 트랜잭션(거래)타입, 블롭(Blobs)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가스비(거래 수수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7년 전 거래당 5센트(한화 65원) 이상 비용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을 기억하느냐"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서 수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된 탈중앙화 디앱을 구축할 수 없다는 생각 뒤에 숨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중앙 소셜네트워크 파캐스터(Farcaster)를 언급하면서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개발자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졌다. 비트코인 레이어2 프로젝트인 BVM(비트코인 가상머신)과 관련한 질문에 "레이어2 커뮤니티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훌륭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으므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타 개발자'의 등장에 "가장 좋아하는 레이어2 플랫폼이 무엇이냐"부터 "채식주의자는 아니냐"와 같은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성'
해커톤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들의 연령대와 직업은 다양했다. 김민우(28)씨는 이틀차에도 아이디어를 정하기 위해 팀원들과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직 개발자인 김 씨는 대학생, 프로젝트매니저(PM) 등 총 6명이서 팀을 꾸려 해커톤에 참가했다. 김 씨는 "주제가 계속 바뀌고 있고, 지금도 피보팅(전략 변화) 중"이라면서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박도연(19)씨는 "워낙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데다 해커톤 행사 규모도 비탈릭 부테린이 온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재학 중인 박 씨는 블록체인학회에서 만난 대학생 3명과 함께 팀을 이뤄 영지식증명(ZKP)과 관련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불과 30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이드서울 주최 측인 루디움의 아곤(AGON) 대표는 "올해는 AI(인공지능)나 ML(머신러닝)을 접목해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하는 분들이 많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의 가장 큰 문제가 불편한 사용성인데, 대중이 얼마나 많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드서울 2024 일반 참가자는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가상자산 하락장으로 시장이 침체되며 웹3.0 개발자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해커 참가자수는 전년과 비슷했다. 그중 절반이 외국인이었는데, 주최 측에 따르면 전 세계 22개국에서 이드서울에 참가했다.
아곤 대표는 "국내서는 크립토에 관심을 갖고 하락장을 헤쳐나가는 기업이 적지만, 해외 재단에서는 생태계 조성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빌더와 개발자를 키우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VC(벤처캐피털)가 됐든, 기업이 됐든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