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보령이 '매출 1조원' 고지를 처음 밟았으며 올해에는 HK이노엔이 '1조원 클럽'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주요 바이오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성장한 반면 전통 제약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만고만한 수익 증가세를 보이거나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개량 신약이나 제네릭 보유 여부가 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갈랐다.
매출 1조 이상 9곳...보령 신규 진입
26일 비즈워치가 2024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1조원을 넘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LG화학(생명과학사업본부), 보령 9개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면서 당시 셀트리온의 매출 2조2840억원을 처음 넘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모두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3조6946억원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난 4조5473억원으로 거의 조단위 매출 성장을 이뤘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2조1764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3조5573억원이다. 주력 사업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고 램시마SC(미국 제폼명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신규 제품 모두 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하면서 전년대비 매출이 2배가량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2014년 처음으로 연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지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국산 신약 '렉라자'가 미국 허가를 받으면서 기술이전한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기술료 수익을 받은 것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녹십자와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LG화학(생명과학사업본부)의 4~8위권 다툼이 치열했다. 이들 5개사 매출은 1조3000억~1조6000억원 사이로 순위마다 매출 격차는 1000억원 전후 수준이었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 1조171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자가 제품 매출의 성장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과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항암제 등을 도입, 판매하는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차기 1조원 클럽에 진입할 후보로 HK이노엔을 꼽고 있다. HK이노엔의 지난해 매출은 8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올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브라질 수출과 중국 시장 적응증(사용 범위) 확대로 수출이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하반기 미국에서 케이캡의 신약 허가신청도 이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HK이노엔이 올해 1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HK이노엔의 올해 매출 9743억원, NH투자증권은 9878억원, 유진투자증권은 9937억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높은 바이오…전통 제약사 수익성은 '극과 극'
수익성 측면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높은 영업이익을 보이고 있지만 전통 제약사들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자체 개량 신약 및 제네릭 품목을 다수 보유한 전통 제약사들의 경우 매출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보였지만 일부 전통제약사들은 여전히 수익성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3201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중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CMO 사업 특성상 판매관리비나 연구개발(R&D)에 드는 비용이 적은데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계열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판권 계약에 대한 마일스톤을 수령하면서 수익이 극대화됐다. 영업이익률도 29%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원가 및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5% 감소한 4920억원에 그쳤다.
전통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 전후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한미약품은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보다 매출은 적지만 영업이익은 2162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14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이익률 10%를 넘겼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의 공통점은 자체 개발 신약에 강점을 지닌 회사라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최초 개량신약인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시작으로 100여개가 넘는 개량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 등 신약 개발에 성과를 냈다.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보령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0억원에도 미치지도 못했다. 이들 제약사는 자체 품목 보다 다른 제약사들의 품목을 대신 판매하는 도입 품목의 비중이 높다. 도입 품목은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통 제약사, 수익성 개선 위해 자체 신약 개발·신사업 투자
이들 전통 제약사들은 원재료값 인상과 약가인하 등으로 수익이 점차 악화하면서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해 화장품과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녹십자는 최근 보툴리눔 톡신을 보유하고 있는 이니바이오를 인수했다.
종근당은 자회사 종근당바이오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확대에 나섰고 보령은 CDMO와 우주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통 제약사들이 매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도입 품목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판매수수료가 낮아 수익성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내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 신약과 신사업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