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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런 뜻이었어?' 게임사 이름에 얽힌 이야기

  • 2025.03.03(월) 10:00

소리나는 대로 '넥써쓰'…엔터 뗀 NHN·위메이드
장인들 뭉친 '크래프톤'

"장현국 대표, 스타(스타크래프트) 주종(주로 사용하는 종족)이 프로토스냐?"

최근 게임사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기업이 있습니다. '넥써쓰'로 사명을 변경한 게임사 '액션스퀘어'입니다. 위메이드 대표를 역임한 장현국 대표가 이 회사를 맡으면서, "사업다각화 및 기업이미지 제고"를 이유로 사명을 바꿨는데요. 무엇보다 한글 표기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어 'NEXUS'를 넥서스가 아니라 '넥써쓰'로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워낙 생경한 표기법이기 때문일까요. 기자들은 아직도 이 회사 이름을 쓸 때 넥서스, 넥써스, 넥서쓰 등으로 표기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사명을 내건 이유가 무엇일까요.

액션스퀘어가 넥써쓰로 사명을 변경했다./이미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소신으로 만드는 회사명…세종대왕도 등판

장 대표는 최근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작명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제가 국어나 음운학자는 아니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으로 뒀던 분야가 모든 소리를 다 한글로 표현하겠다는 것"이라며 "영어 넥서스를 넥써쓰라고 읽으면서 한글로 넥서스라고 쓴다면 한글의 룰, 원리를 위반한 것이라 영어 발음 그대로 넥써쓰라고 썼다"고 설명했죠. 

위메이드 대표로 10년이나 재직하면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위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등 척박한 신시장에 도전을 거듭해 굵직한 족적을 남긴 CEO답게 로마자 한글 표기법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넥써쓰는 '연결 고리'라는 단어의 뜻 그 자체로 블록체인을 상징하고, 그 블록체인을 통해서 세상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혁신적인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국내 출판사 중에 넥서스라는 곳도 있고, 블리자드가 만든 중장년의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프로토스 종족의 본진 건물 이름도 넥서스라는 점에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넥써쓰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려면 훨씬 더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겠죠.

장 대표는 위메이드 대표 시절인 2018년에도 사명을 기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서 위메이드로 바꾸고 회사를 성장시킨 바 있습니다. 2018년만 하더라도 위메이드의 국내 게임 업계 위상은 중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미르4 글로벌, 나이트크로우 등 블록체임 게임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작으로 만들며 성공적 변화를 해냈습니다. 사명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덜어낸 이유는 게임사가 연예 기획사로 오인되는 것을 막고 게임 사업에 대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목표를 이룬 셈입니다. 

2000년 설립된 위메이드라는 사명 자체는 '우리(we)가 만들었다(made)'는 해석이 가능한데요. 최근에는 '위 데어'(We Dare)라는 새로운 기업 슬로건을 선보였습니다. '~할 용기가 있다'는 뜻의 영어 'dare'처럼, 창립 25주년을 맞은 해에도 여전히 두려움 없이 과감히 도전하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지난해 창업자 박관호 대표가 경영에 복귀한 만큼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선보인 신작 게임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하면서 산뜻한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바꿔라, 이름대로 간다

NHN은 여러 차례 사명을 바꾸면서 정체성을 다듬고 있는 게임사 중 한곳입니다. 사명은 'Next Human Network(넥스트 휴먼 네트워크)'의 약자라고 하는데요. <네이버, 성공 신화의 비밀>(임원기 지음, 황금부엉이)이란 책을 보면 "회사가 추구하는 인간의 미래 지향적인 의지와 그 가치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NHN의 전신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창업한 게임포털 '한게임'입니다. 그래서 NHN이 네이버, 한게임, 네트워크의 줄임말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한게임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창업한 '네이버컴'에 2000년 흡수된 뒤 합병법인 'NHN'의 게임 사업부가 됐죠. 그런 뒤 2013년 게임사 'NHN엔터테인먼트'로 독립했습니다. 웹보드 게임이 사행성 논란을 빚으면서, 현재의 네이버와 분리된 것이죠.

이후 NHN엔터테인먼트는 게임뿐 아니라 클라우드, 커머스, 페이먼트,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IT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 NHN엔터테인먼트는 위메이드처럼 사명에서 엔터를 버리고 NHN으로 바꿨죠. 회사는 이름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NHN의 매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결제 및 광고로 1조1837억원에 달했고, 게임은 4598억원에 그칩니다. 클라우드 등의 사업을 하는 기술 부문 매출(4143억원)이 게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NHN은 과거에 '넥스트 휴먼 네트워크'로 명명할 당시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이어가면서 지금은 특히 '연결'이란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상상과 현실, 기술과 삶,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것에 회사 정체성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올해부턴 초심으로 돌아가 게임 사업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죠. 최근 묵직한 게임 '다키스트 데이즈'를 글로벌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자체 개발작이고 오픈월드 기반 슈핑 RPG 장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방준혁 의장이 2000년 창업한 넷마블은 네트워크의 줄임말 '넷(Net)'과 대리석, 귀중한 돌을 뜻하는 '마블(MARBLE)'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한 마블은 우주에서 본 지구를 일컫는 말이기도 해서,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를 잇겠다, 인터넷상의 좋은 사이트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넷마블 역시 사명에 스토리가 있습니다. 최근 사례는 2018년 '넷마블게임즈'에서 넷마블로 바꾼 것인데요. 넷마블은 사명에서 '게임즈'를 뺀 뒤 이듬해 정수기로 유명한 '웅진코웨이'를 인수했습니다.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앞서 사명변경으로 몸풀기를 한 셈입니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회사 이름에서 웅진을 빼고 '코웨이'로 바꿨습니다. 반대의 사례도 있는데요. 과거에 넷마블이 CJ그룹 계열일 때 넷마블의 사명은 'CJ넷마블'이었는데, 2014년 CJ에서 분리돼 사명에서 CJ를 뺀 바 있습니다.

세계적 IP 'PUBG: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2018년 '블루홀(Blue Hole)'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습니다. 바다의 싱크홀로 불리는 블루홀은 사내 공모로 결정된 이름인데요. '비, 눈보라가 쳐도 다 삼켜버리자'라는 의미로 세계적 게임사 '블리자드(Blizzard·눈보라)'를 이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2007년 장병규 의장이 설립한 이후 12곳에 달하는 개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는데요. 이런 관계사간 연합의 새로운 브랜드로 등장한 것이 크래프톤이고요. 이는 중세 유럽에서 '장인의 연합'을 뜻하는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장 의장은 1세대 국내 게임사로 불리는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했고, 네이버 검색의 모태가 되는 '첫눈'도 창업했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 및 IT산업의 '블루홀' 같기도 하네요.

현재 블루홀은 크래프톤의 12개 스튜디오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준비중인 차기작은 넥슨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 IP 기반 모바일 게임입니다. 그런데 다크 앤 다커는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싱크홀이 됐는데요. 이 게임을 둘러싸고 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이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인'을 표방하는 크래프톤의 명성이 상당 부분 긁히게 된 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 소송전의 여파로 크래프톤은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의 브랜드를 전면 개편하고 아이언메이스와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도 종료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국내 대표적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Com2uS)는 'come to us', 우리에게 오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가 필요로 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게이머 상대로 소구하는 컴투스의 사명은 경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했는데요.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했는데, 이름은 피인수자의 것을 가져다 썼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컴투스홀딩스는 게임 마을이란 뜻의 '게임빌'이 2021년 사명을 바꿔 단 것입니다. 아무래도 컴투스가 2014년 출시한 글로벌 메가 IP(지식재산권) '서머너즈 워'를 가졌기에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따르는' 진귀한 결심을 한 게 아닐까요.

넥슨과 엔씨, '오래된 이름 엇갈린 운명'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업 초기에 'Next Company'라는 뜻을 담았는데, 이후 'Next Cinema', 현재는 'Never-ending Challenge'라는 뜻으로 쓴다고 합니다. 미래·다음 회사라는 뜻에서 시작한 엔씨소프트는 영화를 넘어서는 게임 콘텐츠 기업을 꿈꿨고, 앞으로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고 있습니다.

또 2020년 기업 이미지 CI를 바꾸면서 '소프트'를 제외하고 N과 C만 남겼는데요. 새로운 CI에 진지함이 깃든 장인정신과 열정, 끊임없는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현재 엔씨는 위기에 직면해있는데요. 지난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습니다. 간판작 '리니지 시리즈'의 뒤를 이을 신작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죠.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4조원을 돌파한 넥슨과 너무 상반되는 상황에 직면한 까닭에, 엔씨는 칼을 갈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신설한 게임 개발 자회사 3곳 이름에 '엔씨'가 없는 점에서도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엔씨 없이도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뜻이라기보단, 독립적 구조를 통해 날렵하게 게임을 개발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넥슨의 경우 네오플, 민트로켓 등 자회사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카잔', '데이브 더 다이브' 등 역작을 내놓고 있는 중이고, 지난해 연매출이 2조7000억원에 달하며 게임 업계 2인자로 등극한 크래프톤 역시 독립적 스튜디오 체제로 운영됩니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창업자 고 김정주 회장이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의 줄임말로 넥슨을 지었다고 합니다. "다가올 미래의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담은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2000년 설립된 '온라인 게임 1세대' 게임사 그라비티(Gravity)의 사명도 긴세월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력'이라는 뜻이 있는 이름처럼 전세계 게임 이용자를 자사 게임 세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라비티라는 사명은 크래프톤의 예전 이름 블루홀과 의미가 비슷하네요.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출시된 대표 IP '라그나로크'가 아직도 전세계에서 강력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보면 사명을 제대로 지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일부인데요. 게임사들이 애써 짓는 새로운 이름, 오래 버티고 있는 이름 또한 이처럼 부르는대로 잘 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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