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소나AI'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에 참가해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2017년 회사 설립 직전에 망할 뻔한 사연이 있다.
유승재 대표가 페르소나AI를 창업하기 이전에 다른 IT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이다. 회사의 실수나 개발 문제는 아니었다. 랜섬웨어의 피해를 입은 웹호스팅 업체를 이용한 탓이다. 랜섬웨어는 몸값을 뜻하는 랜섬(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다. 컴퓨터 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삼아 비트코인이나 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2017년 랜섬웨어 공격이 확산하고 100개국 이상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데이터, 파일 등이 모조리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유승재 대표는 전재산을 털어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비트코인을 보내면 원상복구를 해준다는 게 해커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요구한 비트코인은 1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고 한다. 유 대표는 "비트코인을 준다고 데이터를 살려준다는 보장이 없어 조금만 보낸 뒤 반응을 살폈다"며 "입금이 된 이후부터는 복구뿐 아니라 애프터 서비스도 괜찮아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8년 전 날린 1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유했다면, 유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흥갑부'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유 대표는 고민 끝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게 된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사업이다.
이처럼 가슴이 아려오는 사연을 안고 페르소나AI가 새롭게 등장했다. 회사는 GEN AICC(생성형 인공지능 컨택센터)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쑥쑥 컸다. 최근 유 대표를 만나 AI 사업과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페르소나AI는 2015~2016년 연구·개발(R&D) 단계를 거쳐 2017년 설립됐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GEN AICC다. 음성엔진, 음성인식, 문장분석 등 각종 AI 기술을 적용해 상담원 연결을 위한 대기시간 없이 AI 챗봇, 콜봇을 통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유 대표는 "당시 세계적으로 대화형 AI 영역이 주목받았고,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로 챗봇이나 콜봇 같은 것에서 가능성이 엿보였다"며 "이런 서비스는 사용자의 대부분 질문에 답변해 줄 수 있고, 기술적으로 고도화하면 콜센터 상담사를 상대로 한 상담 관련 정보 추천, 더 나아가 보고서 업무 등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페르소나AI는 2021년 AICC 사업에 필요한 챗봇, 콜봇 등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내세워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에 나서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KB금융그룹, 한화손해보험 등 상대적으로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금융권이 움직였다. 제한된 데이터로도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경량화 자연어처리 엔진 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사 맞춤형 AICC 솔루션과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페르소나AI의 인공지능 챗봇 '소나 챗'에 적용된 한국어 대화 엔진은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한국어 인식률 100%를 기록했다. 챗GPT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성을 강화한 솔루션(KGPT)도 차별화 포인트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직접 투자까지 했다. 2023년 SK텔레콤은 50억원(지분율 9.2%)을 투자해 페르소나AI의 3대 주주에 오른다. 당시 SK텔레콤은 "페르소나AI는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구독형 AICC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술력과 상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AICC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으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페르소나AI는 SK텔레콤 주도로 출범한 'K-AI 얼라이언스'에도 합류해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의 도움 덕분에 CES, MWC 등 세계적 무대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기회도 얻었고, 공동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며 "특히 최근 CES 참가 이후로 해외 기업의 협력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1월 CES에서 'K-AI 얼라이언스' 멤버사들과 함께 IR 피칭 데이를 열고 페르소나AI에 발표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올해 CES에서는 혁신상을 받았다. 자체 개발 sLLM(소형언어모델)과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가 인정을 받았다. 사용자의 발화 의도를 추론해 초개인화 맞춤형 교육,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경량화 AI 엔진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형태로 개발한 덕에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는 점이 주목받았다. 유 대표는 "CES 당시에 라스베이거스 일대에 일시적으로 인터넷이 끊긴 일이 있었는데, 저희 서비스는 문제없이 작동해 전시 현장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중국 AI 서비스 '딥시크'에 대해선 긍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유 대표는 "소형 모델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좋은 파장이라고 보고 있다"며 "저희도 이런 추론 모델을 연구·개발을 해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딥시크나 다른 AI 서비스를 경쟁사로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쟁사보다는, 고객만 생각한다"며 "고객이 필요한 AI를 잘 만들어 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페르소나AI는 앞으로 AICC 서비스의 고도화뿐 아니라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관련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환각 현상이 없는 한국형 GPT 서비스 'KGPT',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 '젠스테이션' 등 기업용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GPT의 경우 네이버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뿐 아니라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글로벌 LLM과의 유연한 연동도 지원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에 솔루션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중국 로봇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며 "AI 원천 기술을 만들어 솔루션, 구독 상품 판매를 해왔는데 이를 더욱 확장하고 연내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