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사들이 중남미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PC 게임 이용 시간이 월등히 많을 정도로 'K-게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게임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간판 지식재산권(IP)인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의 중남미 버전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아메리카 라티나(Ragnarok Online América Latina)'를 이달 28일 현지에서 출시한다.
라그나로크가 중남미 지역에 처음 소개된 건 2005년이다. 당시 그라비티는 브라질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진행했다. 인프라 부재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런 점에서 20년 만인 올해 그라비티가 직접 중남미 현지에 진출하는 건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론칭을 위해 그라비티는 중남미 지역의 분위기를 살린 배경음악(BGM)을 비롯해 스킨, 아이콘 등 맞춤형 콘텐츠를 게임에 적용했다. 중남미 지역 전용 포털인 'GNJOY LATAM'도 오픈했다. 그라비티가 중남미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게임 정보를 한곳에 모은 통합 플랫폼이다.
오는 6월에는 브라질 현지에서 라그나로크 론칭 기념 콘서트를 열고 게임 내 BGM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북중남미와 유럽에서는 3차원(3D) MMORPG인 '라그나로크X :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출시한다. 중남미와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PC 게임 '건바운드'도 론칭한다. 하반기에는 중남미 지역에서 블록체인을 제외한 PC 버전 '라그나로크 랜드버스'를 선보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정일태 그라비티 사업 이사는 "중남미 지역은 올해 그라비티의 글로벌 확장 전략 중 신시장 공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아시아 지역에서의 성공을 중남미 지역에서도 이어갈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도 중남미 시장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는 게임사 중 하나다. 일단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브라질 지역 상위 매출 톱10에 꾸준히 랭크되고 있다. 스페인 권역에서도 톱셀러 목록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특히 배그 출시 이듬해인 2018년 e스포츠 글로벌 대회를 출범시켜 중남미 지역에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전략을 썼다. 대회 접근성을 낮추고 지역과 글로벌 대회를 엮어 다시 게임을 흥행시키는 선순환 구조다.
이처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중남미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그만큼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중남미는 6억명 이상의 많은 인구와 높은 젊은층 비율, 중산층 확대로 블루칩 시장으로 꼽힌다.
K-게임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서 한국 PC 게임의 일평균 이용 시간은 주중(3시간52분)과 주말(4시간40분) 모두 조사 대상 19개국 가운데 가장 길었다. 국내 게임사들의 현지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은 인터넷망이나 모바일 기기 보급률 등에서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게임에 대한 지불 의사도 높은 편"이라며 "미래 가치가 매우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이를 타깃으로 하는 게임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