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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식습관'을 바꾸자

  • 2013.04.18(목) 13:35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에서 외형 부풀리기를 위한 저가 수주의 덫에 걸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GS건설은 화공 플랜트 부실로 1분기에만 55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염소와 철강 플랜트에서 3000억원의 손실을 봤다중동지역 플랜트 물량이 적지 않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도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건설은 2007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들어간 이후 대형 건설사를 먹여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플랜트 수주를 본격화 한 것은 2007년부터다. 기름 값이 오르면서 곳간이 넉넉해진 중동 국가들이 플랜트 발주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2007년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398억 달러(플랜트 비중 63%)로 전년(165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신장세를 보였다. 이후 2008476억 달러(74%), 2009491억 달러(73%), 2010716억 달러(80%), 2011591억 달러(73%), 2012649억 달러(61%)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전체 수주금액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플랜트가 해외건설을 성장시켜온 셈이다.

 

이 같은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서 암 덩어리가 자라왔다. 내부적으로는 외형 부풀리기를 위한 저가수주, 새로 진입하는 공종에 대한 이해 부족, 숙련 인력 부족에 따른 관리 실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부적으로는 발주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주지 않는 고정가격 계약방식, 예비입찰자 선정 이후 다시 가격 경쟁을 붙이는 이중 플레이 등에 당한 것이다.

 

무엇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물량 확보를 위해 덤핑 수주에 뛰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국내 기업끼리 이전투구를 벌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외건설을 미운 오리 새끼로 방치해선 안 된다. 최근 10년여 동안 건설사들은 해외건설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먹고 살아왔다. 또 해외건설은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못지않은 국가 전략산업이기도하다.

 

앞으로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수주 방식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외형보다는 내실 위주의 전략을 짜야 한다. 외형이 줄더라도 수익이 남는 공사를 선별 수주해야 한다. 정부부터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올해 수주 목표액을 700억 달러로 잡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20171000억불 수주로 해외 수주 5대 강국에 진입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설계-조달-시공(EPC) 뿐만 아니라 지분 투자와 금융 조달 등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지역도 다변화해야 한다. 화공플랜트와 중동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건실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건설외교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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