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으로 재벌이 된 붕어빵그룹이 있다고 하자.
붕어빵그룹은 신제품인 잉어빵 공장 신축 공사를 계열사인 ‘붕어빵건설’에 맡긴다. 잉어빵을 팔기 위해 TV· 신문·인터넷 광고와 전단지를 만드는 일은 손자회사인 ‘붕어빵기획’에 준다.
잉어빵 주문이 늘어나자 자회사인 ‘붕어빵로지스틱스’에 대리점 배달 독점권을 넘긴다. 또 다른 계열사인 ‘붕어빵정보통신’은 잉어빵의 생산관리, 재고관리를 위해 프로그램을 구축한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다. 건설→광고→물류→SI(시스템통합)는 일감 몰아주기의 4대천왕으로 지목된다. 수직계열화에 필수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그룹 일감을 계열사가 맡으면 안전성, 효율성, 수익성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그룹 계열 SI업체가 일을 맡아야 영업기밀, 기술노하우 유출 우려를 덜 수 있다. 그룹 내 물류회사라야 배달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도 한몫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런 일감 몰아주기에 문제가 생겼다. 일감 몰아주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일감을 몰아 받는 계열사의 주인이 오너 일가라는 점과 이를 통해 증여와 상속이 편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짜고 친 고스톱이 경제민주화라는 여론의 눈에 걸린 것이다.
국회는 최근 공정거래법을 고쳐, 대기업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해 매출액의 최고 5%를 과징금으로 물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자 대기업들은 부랴부랴 일감 나누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6000억 원어치의 물량을 풀었으며 SK그룹도 광고물량 일부를 외부에 할애했다. 5월에는 LG그룹이 40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내놨고 6월에는 삼성그룹이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통해 1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롯데그룹도 지난 3일 3500억원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나누기로 했다.
공자는 ‘군자가 중용(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군자여서 때에 맞게 하기 때문이고, 소인이 중용에 반대하는 것은 소인배여서 거리낌 없이 하기 때문’(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反)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 ; 중용 2장)이라고 했다.
대기업이 소인배로 남느냐 군자의 길을 걷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다만 소인배의 영업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욕심을 버리고, 삼가고 꺼리는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동반성장도 가능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