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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에 대한 단상(斷想)

  • 2013.07.21(일) 10:55

은행 수수료에 두고 금융 감독 당국과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발단은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각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산정기준을 만들어 수수료를 현실화해 주겠다고 나서면서다. 금융서비스의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 인상요인이 있다면 인상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현실화지 사실상 수수료를 올려주겠다는 것으로 금융소비자들은 해석한다. 수수료 현실화를 들고 나온 시점이 최수현 금감원장이 `은행 수익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금융권의 수익기반 확대를 위해 각종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반 토막 난 은행의 수익을 수수료 인상으로 벌충하겠다는 의도다.

논란을 보면서 드는 첫 번째 생각은 형평성 문제다. 사실 국내 은행들의 실적 감소는 심각하다. 1분기 국내 은행(18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2분기에도 1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미국 은행업계는 1분기 역대 최대의 순이익(45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다.

그렇지만 수수료 때문에 고전하는 금융권은 은행뿐 아니다. 심각하기로 하면 증권업계도 못지않다. 결산기가 다르긴 한데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 증권사 62곳의 순이익은 1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43.9%나 줄었다. 이는 2008회계연도 이후 최저치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증권사가 4분의 1에 육박하는 15개나 된다.

올해 들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메이저 5개 증권사의 올 1분기(4월~6월) 당기순이익은 630억원 수준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69% 감소한 것으로 추정(우리투자증권 분석)되고 있다. 증권업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0.75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다.

증권업은 수익 구조상 중개수수료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거래가 늘어나야 살림이 피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돌발쇼크가 `효자 노릇`을 한다. 상반기에는 셀트리온 GS건설 만도 등이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거래가 급증했다. 과연 웃어야 할지 증권사들은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수수료 현실화`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수수료는 공짜다`, `낮을수록 좋다`는 개념이 단기적으로 고객들에게 달콤할지 몰라도 금융산업 전체로 볼 때는 독이 될 수 있다. 내용에 합당한 적절한 가격이 형성돼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이는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서 은행 수수료만이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의 수수료 체계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당국이 `원가`를 분석하겠다고 나선 것은 2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최중경)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의 폭리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는)전직이 회계사다. 기름값 원가계산을 해보겠다"라고 했다. 정작 테스크포스를 통해 따져봤지만, 이 결과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부의 해석은 많이 달랐다. 결국 업계의 `성의 표시`로 상황은 정리됐다.  

당시에는 지경부 장관뿐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장(김동수)은 유통업체 대표들이나 건설사 대표들을 만나 원가 개념을 들먹이고 담합에 대해 경고했다. 과징금 부과도 잇달았다. 오르는 물가를 잡고,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경제관련 장관들이 총 출동했다. 그때는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금은 반대로 가격을 올리기 위해 원가분석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자주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칙 없이 끼어 들어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시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틀을 갖추는데 진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장에 들어온다고 해도, 시장은 불편해한다. 시장은 그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보고 깊이보는, 제대로 된 `관치(官治)`를 기대한다. 조변석개는 시장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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