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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하다 체했어요” 임병용 GS건설 사장의 고백

  • 2013.07.31(수) 10:58

잔칫집에 갔다 오면 십중팔구 배탈이 난다. 오랜 만에 보는 귀한 음식을 허겁지겁 배 터지게 집어 먹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소화 능력을 넘어서는 음식이 들어오면 서둘러 밖으로 배출한다. 토하거나 배탈이 나는데, 몸이 스스로 밸런스를 잡기 위해 강제 퇴출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체하는 것도 음식을 더 이상 들여보내지 말라는 신호다.

 

소화능력을 키우려면 체질을 개선하고 조금씩 위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少陰人)은 열을 내는 음식인 인삼을 먹는다든지 해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31일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택업체 사장 간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상반기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유를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외형을 불리기 위해 묻지마 수주에 집착한 게 화를 불렀다는 설명이다. 처리능력은 1조원 밖에 안 되는데 2조원, 3조원어치를 수주하다 하다 보니 원가관리, 공정관리, 조직관리 등이 부실해져 비용이 더 나갔다는 얘기다.

 

임 사장은 “체한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어려운 일도 많이 해 경쟁력이 많이 올라갔다”며 “거의 다 나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오일 붐으로 중동에서 플랜트 물량이 쏟아지자 국내 건설사들은 수주에 열을 올렸다. 국내 기업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이며 덤핑 수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수주전의 선봉에 나선 업체들이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이들은 막대한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플랜트 관련 인력을 단기간에 2000명~3000명까지 늘렸다.

 

과식의 후유증은 올해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원가율이 치솟으며 부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업체들은 올해만 고생하면 부실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몸을 추스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배탈로 고생하면 입맛이 싹 달아난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수주 산업인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된장은 담궈야 하듯이 상처를 딛고 다시 수주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만,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경험이 풍부한 공종의 사업장을 선별 수주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실패도 소중한 자산이다. 수업료를 낸 만큼 배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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