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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의 고향이 몽골 초원?

  • 2013.11.15(금) 08:31

정크 푸드의 표본,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는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음식일까? 햄버거(Hamburger)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진짜 독일 함부르크에서 비롯된 음식일까?

햄버거의 뿌리가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함부르크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1850년대, 뉴욕과 함부르크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이 운항되면서 수많은 독일인들이 함부르크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낯선 땅에 도착한 독일계 이민자들은 노동으로 생계를 꾸렸고 고향에서 먹었던 것처럼 소고기를 사다가 갈아서 구워 먹었다. 미국인들은 이 고기를 일반 스테이크와 구분해서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햄버거 스테이크라고 했고, 샌드위치처럼 고기를 끼운 빵을 햄버거라고 불렀다.

독일계 이민들은 왜 소고기를 갈아서 구워 먹었을까? 가난한 이민자들이 사먹는 싸구려 고기는 질이 나빠 그대로 먹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강한 맛의 양념을 섞어 갈아서 먹어야 했다. 또 빨리 먹고 다시 일을 해야 했으니 높은 열량이 필요했다. 햄버거가 인스턴트식품에 정크 푸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고기를 갈아 구운 또 다른 이유는 고향 함부르크의 요리법을 따랐기 때문으로 여기에 햄버거의 비밀이 있다.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는 발트 해를 통해 러시아로 연결되는데, 햄버거의 뿌리는 바로 러시아를 통해 전해진 서양 육회, 타타르 스테이크였다. 또 타타르 스테이크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비상식량이었으니 햄버거의 직접적인 뿌리가 함부르크라면 그 기원은 아시아 몽골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타타르나 몽골인과 같은 초원의 유목민은 장거리를 이동할 때 잘게 썬 양고기 덩어리를 말안장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달릴 때 말 탄 사람의 엉덩이 무게로 고기가 다져졌고 말의 체온 때문에 고기가 숙성돼 연하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13세기, 징기스칸의 몽골군이 타타르 연합군과 함께 러시아를 공격했다. 몽골 기병은 생고기 육회를 먹으며 속도전을 펼쳤다. 초원에서 불을 피우지 않아, 적에게 들키지 않고, 말을 타고 달리며 먹을 수 있어 전격전을 펼치는 몽골군에게는 안성맞춤의 패스트푸드이며, 전투식량이었다.

몽골이 러시아를 점령하자 유럽인들은 정복자의 음식문화를 받아들여 서양식 육회를 만들어 먹었고, 정복자의 이름을 따서 타타르 스테이크라고 불렀다. 이 서양육회가 15세기 러시아와의 무역항이었던 함부르크로 전해진 후 미국에 건너간 것이 바로 햄버거다. 여러 햄버거 기원설 중의 하나다.

지금은 정크 푸드로 비난받는 패스트푸드 햄버거지만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문화코드, 경제 코드는 인내 그리고 삶의 의지였다. 초원의 타타르 기병이 적진을 향해 뛰어들도록 만든 에너지, 낯선 나라에서 가족을 위해 일해야 했던 독일계 이민들의 노동을 뒷받침한 음식이다.

"내가 하룻밤 사이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의 아침을 맞기까지 나는 30년의 기나긴 밤을 보냈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Ray Kroc)의 말이다. 햄버거는 현재의 미국을 만든 이민자들이 고통을 견디며 먹었던 음식이다. 당연히 높은 열량이 필요했다. 그러니 햄버거를 먹고 살이 찌지 않으려면 독일계 이민 1세대처럼 육체적으로 땀을 흘려야 한다. 운동은 하지 않고 먹기만 하면서 비만의 주범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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