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대표음식 똠양꿍은 화합과 조화, 사랑의 음식이다. 매콤새콤한 국물에 새우를 넣고 끓인 태국식 새우탕으로 똠은 국이라는 뜻, 양은 맵고 새콤한 맛, 그리고 꿍은 새우라는 의미다.
중국의 샥스핀 수프, 프랑스의 생선수프 부야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데 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 입맛에는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세계적인 수프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똠양꿍의 특징은 바로 맛의 조화에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쓴 맛을 제외한 맵고, 짜고, 달고, 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면서 또 각각의 맛이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룬다.
청양고추보다 다섯 배나 맵다는 타이산 쥐똥고추와 침이 저절로 고이는 라임 즙의 신 맛, 남뿔라라고 하는 생선소스의 짜디 짠 감칠맛에 더해 코코넛 밀크의 단 맛이 만들어 내는 개성과 융합의 맛이다. 때문에 똠양꿍을 서로 다른 악기가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똠양꿍이 태국의 국민음식으로 떠오른 배경이 있다. 흘러간 옛 영화 중에서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가 주연했던 영화 '왕과 나', 아니면 주윤발과 조디 포스터가 리메이크한 '애나 앤 킹' 이라는 영화에 힌트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국왕의 모델이 라마 4세다. 조선의 철종(1849-1863년)과 재위 기간이 비슷한 라마 4세(1851~1868년)는 태국을 근대화하고 국제사회에 개방한 왕으로 지금도 태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영국의 강요로 불평등 조약을 맺었지만 태국의 독립을 지켜냈고 이어 프랑스와 독일, 덴마크, 벨기에와도 비슷한 내용의 불평등 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서양 각국은 상호 견제에 들어갔고 그 사이 라마 4세는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며 개혁을 추진했다.
똠양궁이 지금처럼 태국을 대표하는 명품 요리로 진화한 배경 역시 라마 4세의 개방정책 때문이다. 쇄국정책을 폐지하고 여러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음식문화가 똠양꿍에, 그리고 태국요리에 녹아들었다.
포르투갈을 통해 쥐똥고추가 퍼지면서 태국요리에 매운 맛이 더해졌고, 인도 카레가 들어가면서 향신료의 맛이 강해졌다. 코코넛 밀크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은 중국요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똠양꿍은 이렇게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가 태국 전통요리의 맛에 더해져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 그리고 풍부한 해산물과 열대과일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적인 건강한 맛으로 진화했다.
똠양꿍은 원래 서민음식이었지만 지금은 태국 왕실로도 유명하다. 라마 4세의 뒤를 이어 국왕에 오른 라마 5세 역시 유럽 문물을 도입하고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태국은 자주적인 개화에 성공했고, 동남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라마 5세가 지방시찰에 나서면 현지 주민들이 존경하는 국왕을 환영하는 마음에서 똠양꿍을 준비했고 이어 라마 6세 역시 관리들과 서민 음식인 똠양꿍을 자주 먹으면서 똠양꿍이 왕실 요리로 격상됐다. 보통의 경우 궁중 요리가 일반에게 전해지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똠양꿍은 이렇게 태국인과 왕실이 고난과 시련, 그리고 영광을 함께 나누며 발전하고 진화한 음식이다. 요즘 시끄러운 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보도를 접하며 떠오른 똠양꿍의 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