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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 맛난 놈...아귀 가치의 재발견

  • 2014.02.07(금) 08:43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생선으로 블로브피시(Blobfish)를 꼽는다. 영국과학협회에서 못났다고 공인했으니 나름 객관적인 평가다. 호주 연안 수심 900m에 사는 심해어로 식용불가 생선이지만 남획으로 지금은 멸종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면 먹을 수 있는 생선 중에서 제일 못난 물고기는 무엇일까? 어디에서도 공인한 적은 없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아귀를 꼽는다. 나라별 아귀 이름만 봐도 그렇다.


우리말 아귀(餓鬼)는 굶주린 귀신이라는 뜻이다. 배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하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만해서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 항상 배고파 괴로워하는 지옥의 아귀에서 이름을 따왔다. 별명은 물텀벙이다. 예전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며 먹지 않고 다시 바다에 던졌는데 이때 물에 텀벙 떨어지는 소리에서 얻은 이름이다.

영어 이름은 몽크피시(monkfish)다. 수도승 몽크를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니 얼핏 경건한 마음으로 헌정한 이름 같지만 바다 속에 웅크린 모습이 마치 검은 망토를 둘러쓴 음산한 모습의 중세 수도승을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역시 곱지 않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못생긴 아귀에게 조차도 예쁜 이름을 지었다.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롯데(Lotte)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다르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같지만 어원이 다르다. 아귀라고 할 때의 롯데는 "입이 크다"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일본말 앙고(鮟鱇)의 어원 역시 여러 설이 있지만 바다 속에서 음흉하게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물을 쳐놓고 고기떼를 기다리는 안강망(鮟鱇網) 어업이 바로 아귀의 사냥 특성을 응용한 어업기술이다. 중국에서는 속칭 하마어(哈蟆魚)라고 하는데 두꺼비를 닮은 물고기라는 뜻이니까 이름만 들어도 일단 먹을 맛이 나지 않는다.


못생겼다고 구박만 받던 아귀가 요즘 인기가 높다. "못 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맛도 좋지만 깊은 바다에서 사는 심해성의 흰 살 생선이기 때문에 그 특성상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어 저칼로리 고급 어종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만 해도 아귀찜, 아귀탕으로 널리 사랑을 받는데 예전 마산 아귀찜에서 이제는 군산, 여수 아귀찜까지 지역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 가며 다양한 지역 특산음식으로 발전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영국은 아귀 소금구이, 이탈리아의 밀라노는 아귀 리조또, 프랑스 노르망디에서는 아귀 스테이크, 마르세이유의 아귀 해물 수프, 그리고 일본의 명품요리인 아귀 간 안키모(あん肝)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아귀가 명물 요리로 떠올라 관광객의 입맛을 유혹한다.


영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귀를 가난한 사람들의 바다가재(Poor man's Lobster)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도 헷갈리는 것이 맛은 바다가재와 비슷하지만 못생겼기 때문에 서민들이 바다가재 대신 먹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이제는 바다가재를 능가하는 맛이라며 아귀 값이 바다가재보다 더 비싸졌다.


못 생긴 생선 아귀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인데, 아귀는 날씨가 추울수록 더 맛있다고 하니까 요즘이 바로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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