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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공급과 잉여인간 딜레마

  • 2014.02.12(수) 10:32

생산성 향상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남아돌아가는 상품들이 쌓여가는 잉여공급 현상과 동시에 멀쩡한 사람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잉여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오래 전 신문인가 잡지에서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농업기계화로 생산성이 높아져 잉여농산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되자, 밀인지 쌀인지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불태워버리는 장면이었다.

 

 그 때 한국은 양식이 떨어진 절량농가 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 식구는 많고 할 일이 없다 보니, 좁은 땅뙈기에 아버지와 아들 형제 즉 삼부자 또는 오부자가 매달리니 오히려 수확체감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다. 겨울에는 처마 밑에서 햇빛을 쬐다가 조는 잠재실업인구 즉 잉여인간 군상이 넘쳐 났었다. 미국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잉여공급 문제로 고민하고, 우리나라는 배고픈 사람들이 넘쳐나는 잉여인간 문제로 시달리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경제를 우울하게 하는 빈곤 문제와 관련하여 언뜻 생각하면,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가 있다. 먼저, 생산성이 향상되어 상품은 남아돌아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빈곤상태에 있다. 다음, 엄청난 인력을 수입하여 인종 전시장으로 변해 가는 나라에서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높다. 경쟁에서 중도에 탈락한 중장년들은 막일거리조차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생산이 소비를 웃도는 과잉공급 현상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는 잉여인력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생산성이 높아져 수확체증 현상이 일어나 과거보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산업화가 되지 않은 지역이 많은 중국 한 나라가 전 세계 공산품 수요의 약 2.5배를 생산할 수 있음을 생각해보자. 일자리 수보다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으니 임금 상승이 억제되고 사회전체의 구매력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대량유입으로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되었다. 고소득 국가 근로자들이 저소득 나라의 근로자들과 임금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겠는가? 점잖은 이들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훈계는 국민소득 2만 5천 달러가 되는 나라의 근로자들에게 2~3천 달러 국가의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라는 뜻이 된다. 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하여간 외국인 근로자들은 번 돈을 거의 다 자국으로 송금하니 수출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가 결국 내수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과거에는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 20%가 생산 활동에 활발히 참가하여 나머지 80%를 먹여 살린다는 20대 80 논리가 펼쳐졌으나 지금은 1% 미만이 99% 이상의 몫을 차지한다고 한다. 부가가치 생산에서 인간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는 0.001%가 99.999%의 소득을 거머쥐는 대재앙이 올지도 모르겠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경제력 집중 현상은 어느 나라고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1차 산업혁명 시기의 기계화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동력혁명으로 생산성을 높여 생활수준을 높였다. 지금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화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업무능력을 대체할, 로봇의 등장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아무리 부자라도 다른 사람의 1000배, 1만배를 소비할 수는 없기에 생산, 소비, 투자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잉여인간이 늘어나면, 소비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통합으로 1등만이 살아남는 세계에서 소수에게 경제력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수요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부자 감세로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행태인가? 생산성 향상은 축복이지만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만 맡겨두다가는 자칫 저주로 변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잉여공급, 잉여인간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오염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인류의 공통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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