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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섬 사태.. '독박' 대우증권, '면피' 회계법인

  • 2014.02.24(월) 15:47

수많은 투자자를 울린 중국고섬 사태의 책임을 KDB대우증권이 뒤집어 썼습니다. 대표주관회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게 금융당국과 법원의 결론입니다. 여론도 대우증권을 중국고섬 사태의 책임자처럼 몰아가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은 뭘 잘못한 걸까요? 중국고섬 사태의 모든 책임을 홀로 짊어질 만큼 `일방적으로, 크게` 잘못한 것일까요?

 

◇ 대우증권 '독박'..중국고섬 통장 안 본 죄 "막중"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중국고섬의 대표주관회사로서 ‘적적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징계 사유입니다. 작년 10월 금융위원회도 같은 사유로 대우증권에게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습니다. 20억원은 금융당국이 물릴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과징금입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둔 중국의 섬유업체입니다. 2009년 싱가포르 상장 뒤 2011년 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싱가포르 원주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 주식예탁증서(DR)로 2차 상장한 것이죠. 하지만 중국고섬이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면서 2개월만에 거래가 정지됩니다.

상장 첫날(1월25일) 6300원으로 출발했던 주식은 3월22일 4165원에 거래가 멈췄습니다. 2013년 10월4일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되면서, 2100억원(공모가격)이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매매정지 하루전인 3월21일 중국고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커졌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은 영문도 몰랐던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습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고, 개인투자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원과 금융당국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상장폐지 2년 뒤에야 중국고섬 사태는 1차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대표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대우증권은 잘못은 무엇일까요?

우선 금감원의 지적사항부터 보시죠.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의 대표주관회사로서, 2010년 3분기 중국고섬의 핵심자산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계정에 대해 단순한 분석적 검토만 실시하고, 입출금 통장 잔고 및 거래내역을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위도 “대우증권이 중국고섬의 현금잔고 확인절차도 준수 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법원 판결은 좀더 자세하게 나옵니다. 중국고섬 투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2010년 9월 기준 현금 등의 실재성과 관련해 외부감사인의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재무제표임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은 중국고섬 종속회사의 거래 은행으로부터 잔액조회서를 제공받거나 중국고섬으로부터 현금 원장 및 명세서조차 받지 않았다”며 “청구액의 절반(3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소송을 당한 회계법인과 거래소 등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과 법원이 대우증권에 지적하는 것은 ‘왜, 중국고섬의 분식회계를 몰랐느냐’가 아닙니다. 문제는 ‘왜, 중국고섬의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느냐’입니다. 상장주관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고섬의 분식회계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2009년부터 시작됐고, 2007년부터 중국고섬의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 했습니다.

여기서 상식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분식회계 검증의 책임을 왜 증권사가 질까요? 금융당국과 법원은 중국고섬에 대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 회계법인 '면피'..분식회계 속았지만 통장은 봤다

‘중국고섬 통장을 까봤다.’

한영회계법인이 중국고섬사태에서 책임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지난 1월 법원은 “한영회계법인은 2010년 반기 검토보고서 작성당시, 싱가포르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와 함께 중국고섬의 예금 잔고의 실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잔액조회서를 교부받아 재무제표상의 금액의 99.4%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중국고섬의 1000억원대 분식회계를 몰랐지만, 검증하려는 시도는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반기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중국고섬의 상장이 이뤄졌더라면, 대우증권도 책임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회계법인의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3분기(20210년 9월) 재무제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이는 ‘독박’을 쓰게 되는 결정적 사유가 됩니다.

대우증권이 ‘억울하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회계법인도 3년간 중국고섬의 분식회계에 속았다”며 “증권사가 3개월만에 어떻게 분식회계 사실을 알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3분기 재무제표 작성에 앞서 2010년 6월 회계법인에게 중국은행의 확인 도장이 찍힌 중국고섬 잔액조회서를 한 번 더 확인했다”며 “현금 확인은 회계법인의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조서는 받았지만, 중국고섬과 거래한 중국은행과 조사가 병행되야 한다. 하지만 중국쪽에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행과 중국고섬이 자국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조사할 수 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회계법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 못 밝혀냈다. 증권선물위원회도 회계법인을 먼저 조사하고, 다음으로 증권사를 조사하자고 했지만, 시효(3년)가 다 돼가면서 회계법인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발표해버렸다. 회계법인 조사는 봉합하고, 증권사만 때려잡은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 근본적 원인 제공한 중국고섬·中은행은 '방치' 


또 다른 대우증권 관계자는 “중국고섬과 중국은행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당했다”고 이번 사태를 요약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사가 이뤄져야 할 중국고섬과 중국은행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중국은행과 중국고섬에 대한 조사에 대해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우증권이 직접 나서 중국고섬 등을 회계부정 혐의로 싱가포르 경찰국 상무부(CAD)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고섬 오너는 현재 중국에서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도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공모 가격이 높아 실권주가 많이 생겨 손해를 본 것은 증권사로서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분식회계 1000억원에 대해 증권사에게 고의 중과실을 때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번이 해외 2차 상장에 대한 미흡한 제도를 개선할 기회였는데, 이대로 봉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부터 어떤 증권사가 해외 기업을 국내에 상장시키려 하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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