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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소득 과세, 늪에 빠지다

  • 2014.03.04(화) 10:05

“신의 한 수인 줄 알았는데 자충수라니...”

 

정부가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월세 유인 대책(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월세 공제 혜택을 확대해 전세입자를 월세입자로 유도키로 한 것이다.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고, 대상자도 연봉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월세 50만원을 내는 세입자의 경우 환급 받는 금액이 21만6000원에서 60만원으로 늘어난다.

 

요컨대 한달치 월세를 연말정산 때 돌려준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월세 부담이 10% 가량 줄게 돼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월세 공제혜택을 확대하면→세입자의 월세부담이 줄어들고→이는 월세 수요 증가로 이어져→전세난이 완화 된다’는 선순환 방정식이다. 정부가 세금 환급카드로 전세수요의 월세 전환이라는 신의 한 수를 둔 셈이다.

 

이때만 해도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는 ‘자충수’가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집주인에게 임대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집주인에게 세금을 물리는 순간 일은 꼬이게 된다.

 

정부는 대책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방식을 정비하겠다며 2주택 이하 보유자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단일세율(14%)로 분리과세하겠다고 밝혔다. 겉뜻은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지만 속뜻은 그동안 물리지 않던 세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집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집주인은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게 되고→세입자는 이를 피해 전셋집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월세 유인 대책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벌써부터 정부가 월세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전세로 돌리거나 팔아버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세시장 안정도, 다주택자를 활용한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도 물거품이 된다.

 

이렇게 정부 부처 간 이해가 맞서면서 배가 산으로 가게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시장 안정을 목표로 월세 공제 혜택 확대를 들고 나온 반면 국세청은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에 방점을 찍으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당장 세입자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로 줄어든 세수를 벌충해야 하는데 집주인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 이외에는 뾰족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는 게 해법이다. 전세시장 안정이 시급하다면 세금 부과는 다음 과제로 미뤄야 한다. 도랑(전세시장 안정)도 치고 가재(월세소득에 세금부과)도 잡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월세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월세시장이 성숙한 이후에 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전월세시장 관련 통계를 마련하고 임대차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과세 인프라를 정비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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