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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났다, 금융감독당국

  • 2014.05.26(월) 13:44

금융감독당국이 연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입에 올리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주 전산시스템 변경을 둘러싼 내홍이 직접적인 계기다. 그야말로 전방위다. 솔직히 어처구니없는 갈등이니 주변에서 좀 심한 얘기를 해도 KB금융그룹은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감독당국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동안 우리 금융감독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주식회사 시중은행이라는 색깔과 향기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지금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대세라는 지주회사 체계만 하더라도 그렇다.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출범은 관(官)이 주도했다. 은행산업 구조조정의 결과다. 퇴출해야 할 은행들을 금융시스템의 충격을 고려해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이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뿌리다. 이후 주식회사 시중은행 스스로 결정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곳이 몇몇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대표적이다.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이지만, 금융감독당국의 권유나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한 전환도 꽤 있다. 국민은행이 대표적이다. 일부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지주회사 전환도 이런 측면이 강했다. 당시 지주회사 계열사 간 정보공유 등 규제 완화에 따른 실익도 충분히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최근 한국씨티금융이 지주회사 체계를 허물기로 한 이유다. 농협은 특수한 케이스다. 결과적으론 우리투자증권 인수하면서 금융지주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몇몇 이런 사례를 제외하면 은행 비중이 절대적이면서도 지주회사로 전환한 많은 금융회사의 속내는 ‘자리’였다.

이 자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다.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모피아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관(官)이 주도한 선진 시스템 도입이라는 홍보도 가능하다. 최근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무용론에 “선진금융시장에서 정착한 시스템”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요한 것은 지주회사가 계열사 사장을 임명해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연한 얘기가 뉴스가 되는 이유는 지금 우리 금융산업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많은 이유 또한 ‘자리’였다. 사실 KB금융그룹의 지주회사 회장이 각 계열사 대표의 임명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 이유는 낙하산이 내릴 착지점을 보장한 흥정의 대가인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회사뿐만 아니라 이참에 ‘황제 경영’ 논란이 있는 곳도 모두 들여다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마치 적폐(積弊) 논란으로 나갈 자리가 모두 막히자, 이제 자신들은 떳떳하다는 양. 자칫 분풀이로 보일 수도 있는 그런 떳떳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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