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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보다 큰 화장품시장?

  • 2015.01.27(화) 11:10

[Watchers' Insight]
CJ오쇼핑 48兆 추정, 식약처와 40兆 차이
수치 확인도 않고 발표, 허술한 시장집계

▲ CJ오쇼핑은 2013년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를 48조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반해 화장품업계와 증권가는 1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48조원”

 

우리나라 국방비냐고요? 아닙니다. CJ오쇼핑이 추산한 2013년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입니다. 너무 큰 금액이라 감이 안오죠?

올 한해 국방예산이 37조4600억원입니다. CJ오쇼핑의 추정이 맞다면 우리 국민들은 장병들 월급이나 무기구입비보다 더 많은 돈을 화장품에 썼다는 얘기가 됩니다. 4인 가족으로 따지면 가구당 375만원을 화장품에 지출한 셈인데요. 이번 연말정산 때 제가 회사에 제출한 자녀 유치원비(약 280만원)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화장품업계와 증권사에 물었습니다. 한결같이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하더군요. CJ오쇼핑에 출처를 물으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수치를 근거로 했다. 현업부서에 확인해 어떤 자료인지 알려주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다려도 답이 없길래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엔 "방문판매, 후원방문판매, 다단계판매의 수치를 더해 12조7000억원이 나왔고, 거기에 모 증권사 보고서에 나온 화장품 방문판매비중(26.4%)을 근거로 전체 화장품시장 규모를 구했다"고 하더군요.

방문판매나 후원방문판매, 다단계판매업자가 모두 화장품만 판다고 가정한 것도 억지스럽지만, 더 어이없는건 방문판매 매출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공정위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다단계판매(총매출 4조원)와 후원방문판매(2조원) 매출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문판매는 그렇지 않은데요. 전국에 2만개가 넘는 판매업체가 있어 집계가 쉽지 않은데다 다단계나 후원방문판매처럼 하위판매원 확장에 따른 부작용 등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CJ오쇼핑은 어디선가 방문판매 매출(6조7000억원)을 가져와 공정위의 두가지(다단계+후원방문판매=6조원) 수치와 더한 뒤 '우리가 이렇게 큰 시장(12조7000억원)에 진출한다'며 뻥튀기한 셈입니다. 언론도 이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혼란을 키웠죠.

 

CJ오쇼핑은 이번에 교원과 손잡고 화장품 방문판매에 나섭니다. CJ오쇼핑이 자체 개발한 철갑상어알(캐비어)로 만든 화장품 '르페르'를 파는데요. 기대와 포부가 컸을 겁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제공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시장규모를 추산한다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합의점(?)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알아봤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서 2013년 화장품 시장규모를 7조62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1895개사의 생산액(7조9700억원)을 집계한 뒤 화장품 수입액(1조600억원)과 수출액(1조4100억원)을 더하고 빼서 나온 결과입니다.

식약처의 화장품 시장규모는 생산액을 기준으로 추산하다보니 실제 판매액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대한화장품협회는 판매액(추정치) 기준으로 같은해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를 17조6000억원으로 보더군요. 아모레퍼시픽은 실적과 증권사 자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2013년 10조8500억원이었던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가 지난해는 11조3400억원으로 커졌을 것으로 보고있다네요. CJ오쇼핑과는 차이가 꽤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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