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불균형 문제를 금융투자협회가 중심이 돼 풀어가야 한다. 증권시장이 자본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협회의 정책 조율, 연구기능을 강화하겠다"
"회원사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생존기반인 시장 키우기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겠다. 규제 해소에 전력을 다하고 연구기능을 활성화하겠다"
같은 듯 다른 두 발언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인 2004년, 그리고 3년전인 2012년 금융투자협회장의 취임사 내용이다. 황건호 전 회장은 2004년 증권업협회장을 시작으로 3연임을 하면서 1대 금투협회장을 지냈고, 박종수 회장도 지난 3일 2대 회장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모든 수장들의 취임 일성은 어디나 비슷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 조직이 가장 절실해 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읍소한다. 임기 동안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다진다.
그러나 1,2대 금융투자협회장의 취임사를 보면 근 10년 사이 수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업계의 고민도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결국 금융투자업계가 안고 있는 변화에 대한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무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전임 금투협 회장들이 무너져 가는 금투업을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었겠지만, 증시 침체와 맞물려 회원사들이 충분히 만족하기엔 항상 역부족이었다. 여기에는 기존 금투협 회장들이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한계점도 작용했다.
이런 현실은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어찌보면 금투업계에서 가장 멀찍이 떨어져 있던 후보인 황영기 회장이 업계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당선된 것은 새로운 변화와 돌파구를 원하는 금투업계의 바람이 담긴 결과로 볼 수 있다.
황 신임 회장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는 금투업계 경험이나 친밀도는 부족하지만 소위 '관(官)'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차별점으로 작용했고 이제는 그 능력을 십분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힘 있는 사람이 왔으니 정말 뭔가를 보여줄 것이란 업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높아진 기대는 실망감을 의외로 키울 수도 있다.
황 신임회장이 전날(4일)취임식 자리에서 내놓은 말도 기존 전임자들의 취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시장 파이를 키우고 제도 규제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혔고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만년 과제인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은 물론 규제 해소와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는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투업계는 이번만큼은 공염불에 그치거나 단지 '말의 성찬'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황 회장 스스로도 다짐할 터다. 황 회장이 짧지 않은 임기동안 해묵은 업계 고민을 시원스럽게 해결해 3년 뒤인 2018년, 그를 대신할 후임자는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금투협의 청사진을 마음껏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