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던 긴긴 여름의 끝자락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느끼며 책 한 권 끼고 카페에 앉아
가을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은 계절
가을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은 계절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떠나면
안성맞춤인 동네가 있다.
안성맞춤인 동네가 있다.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이 골목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계동이다.
계동은 특별하지 않다.
유명한 그 무엇도 없다.
계동은 특별하지 않다.
유명한 그 무엇도 없다.
그런데도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서 이만큼 변하지 않은 동네가 있을까?
계동은 우리가 살았던 과거가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40년 된 참기름 집과 방앗간을 만나고
76년간 한 자리를 지킨 의원을 만나고
우리나라 최초 목욕탕도 만날 수 있다.
76년간 한 자리를 지킨 의원을 만나고
우리나라 최초 목욕탕도 만날 수 있다.
유은지 씨는 계동추억백화점 주인이다.
30대 중반인 유 씨는 8년 전
인사동에서 같은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다가 인사동의 상업화 물결을 피해
이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유 씨는 옛 문화를 지키고
또 알리고 싶어 가계를 시작했다.
또 알리고 싶어 가계를 시작했다.
"여행차 일본에 들렀는데
이런 가게들이 많았어요.
새롭고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옛것을 되살리고 싶어 가게를 시작했어요.
옛것을 되살리고 싶어 가게를 시작했어요.
나이 드신 어르신부터
어린 자녀에게 기억을 보여주고 싶은
저희 또래 부모들까지
어린 자녀에게 기억을 보여주고 싶은
저희 또래 부모들까지
여기에선 모두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든답니다."
추억으로 빠져든답니다."
김경숙 씨는 30년 계동 토박이다.
"큰아들이 벌써 28살이에요.
계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어요.
계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어요.
아쉬움이 있다면 연세가 들면서
떠나는 분들도 많다는 겁니다.
떠나는 분들도 많다는 겁니다.
한옥에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수리할 것도 많고 손이 많아 가요.
수리할 것도 많고 손이 많아 가요.
한옥 보존지역이라 개발도 어려워요.
정든 이웃이 하나둘 떠나 많이 아쉬워요."
정든 이웃이 하나둘 떠나 많이 아쉬워요."
계동에 있는 중앙 중고등학교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래도 관광객이 적지 않다.
계동에선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진만 찍고 바로 떠난다.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진만 찍고 바로 떠난다.
지역경제엔 도움이 안 되고
소음과 쓰레기만 넘쳐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소음과 쓰레기만 넘쳐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고 보니
한옥 보존지역 계동 거리엔
쓰레기통조차 하나 없다.
한옥 보존지역 계동 거리엔
쓰레기통조차 하나 없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연인을 만났다.
조효민, 박민영 씨는 대학 새내기다.
한복은 예쁘기도 하지만
편하고 실용적이라 좋다고 한다.
한복은 예쁘기도 하지만
편하고 실용적이라 좋다고 한다.
박 씨도 비슷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냥 한 번 사진 찍기는 좋아요.
다만 특별히 볼거리가 없고
문화를 체험할 수도 없어요.
"그냥 한 번 사진 찍기는 좋아요.
다만 특별히 볼거리가 없고
문화를 체험할 수도 없어요.
예쁜 장소도 좋지만
우리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오지만
계동엔 아직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길이
거의 그대로 윤곽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거의 그대로 윤곽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
저녁이 되면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넘쳐나던 골목
그 풍경이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저녁이 되면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넘쳐나던 골목
그 풍경이 그대로 살아 숨 쉰다.
멀리 북악산에 석양이 지고 있다.
고즈넉한 저녁시간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계동을 산책해보는 건 어떨까.
계동을 산책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