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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보내며

  • 2017.12.29(금) 09:20


생태학을 전공한 최형선 박사의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에는 대별되는 두 종류 원숭이가 등장한다. 신세계 원숭이(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거주)인 짖는원숭이와 구세계 원숭이(아시아 아프리카 거주)인 일본원숭이. 이들 무리는 공통적으로 알파메일(alpha male), 즉 우두머리 수컷이 지배한다.

짖는원숭이는 자신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서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특이한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짖는원숭이 무리를 보면 유아 사망 원인의 40퍼센트 이상이 수컷이 벌인 유아 살해에 의한 것이란다. 힘겨루기에서 이긴 새로운 대장 수컷의 소행이다. 예전 대장 수컷의 유전자를 타고난 새끼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뒷날 힘이 세진 또 다른 수컷이 패권을 잡으면 살해는 되풀이된다. 부계 중심의 이 무리에서는 우두머리 수컷이 무리 안의 짝짓기를 독점하기 때문에 투쟁에서 이기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무리를 지배하는 정복 행위나 다름없다.

짝짓기 기회를 빼앗긴 다른 수컷들 또한 저희의 유전자를 후세에 퍼뜨리려는 강한 본능이 있다. 이들은 잠재된 욕망을 누른 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무리를 지배하던 리더가 늙어 힘이 빠지면,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무리 안에 있는 젊은 수컷이 그동안 쌓은 힘으로 우열 경쟁을 벌인다.

언뜻 보기에 강력한 우두머리가 살벌하게 조직을 지배하면 그 기세에 눌려 순탄하게 위계질서가 잡힐 것 같지만, 거짓 평화가 숨죽인 채 잠시 펼쳐질 뿐이다. 권불십년이라 부하 수컷들이 힘을 기른 다음 여차하면 싸움 걸 기회를 노리고, 승자는 언젠가 또 바뀐다.

반면, 일본원숭이 무리는 내부단합을 잘 이룬다. 대장이 조직을 지배하면서 위계질서를 잡고, 그 밑에 두세 마리의 수컷이 부대장격으로 대장을 도와 무리를 이끈다. 이들은 관계지향적인 서열관리로 평화를 유지한다.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우두머리 수컷이 짝짓기를 모두 독점하지 않고 자유를 허용하기에 우두머리 수컷 자리를 놓고 벌이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지양한다.

일본원숭이 사회는 온화한 모계 중심 구조다. 암컷 중심의 계보가 있다. 암컷의 서열은 모계에 따른 순위로 태어날 때 정해진다. 수컷은 계보에 의한 서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경쟁력이 있는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계급이 결정된다. 이 계급은 싸움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흔히 수컷의 연령을 따른다. 우두머리 수컷은 계급제도에 따라 지위가 확고한 데 비해 암컷의 서열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서 위계질서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일본원숭이는 평화 유지와 번영을 위해 '공동 육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의 지혜는, 저희의 미래가 새끼들에게 있다는 듯이 제 새끼뿐 아니라 남의 새끼도 돌보고, 암컷 뿐 아니라 수컷도 함께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일까, 일본원숭이는 '문화'를 가졌다고 한다. 먹이를 씻어먹는다. 사람을 제외하고 흙 묻은 먹이를 씻어 먹는 동물은 발로 먹이를 씻어 먹는 미국너구리 말고는 일본원숭이 뿐이란다.

최근 1년 남짓 대한민국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바꿨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 하고 있다. 바꾸고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가능한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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