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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스크린 독식' 이번에는 개선될까?

  • 2019.04.25(목) 15:17

최근 개봉 어벤져스 '스크린 57% 점유'
20대 국회 독과점 해소 법안 4개 계류 中

서울 왕십리 CGV는 상영관 10관을 보유해 관람객 184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multiplex)입니다. 다수의 상영관이 모여 있는 만큼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이 선택해 볼 수 있죠.

하지만 25일 기준 CGV왕십리점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단 두 개입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과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입니다.

25일 CGV왕십리점 예매화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상영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CJ CGV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4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왕십리점 9개관에서 상영(25일 기준) 스케줄이 확인됐는데요. 반면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은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상영하지 않는 시간대 그것도 하루를 통틀어 3번의 상영 계획을 잡고 있었습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25일 하루에 9개관에서 39번 상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죠.

왕십리점에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영화 중 선택해야 하고 이마저도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어벤져스-엔드게임'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영화 선택의 권리가 박탈(?)되는 겁니다.

어벤져스의 독식은 비단 CGV왕십리점만의 일은 아닌데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기준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전국 스크린 수는 2760개, 점유율은 57.2%에 달합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 영화관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특정 영화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형 영화관을 운영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상영관 배정기준은 예매율과 SNS반응,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영화가 흥행할지 안 할지를 보고 판단한다"며 "특정 영화를 밀어주기 위해 독과점을 하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러한 해명이 무색하게 실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는데요. 지난달 22일 '한국영화 반독과점 공대위' 준비모임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1035명 응답)한 내용에 따르면 영화 관객의 81%가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점 여부에 대해 '독점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5일 우상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9명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프라임시간대(오후1시~ 오후11시)에 특정 영화가 한 영화관의 상영관 50% 이상을 초과해 상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CGV왕십리점에서 어밴져스가 상영관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국회에는 수차례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점이죠.

20대 국회에 올라와 있는 스크린 독과점을 제한하는 영비법 개정안은 우상호 의원안을 포함해 총 4건입니다.

2016년 10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영화별 상영 시간·요일·관객 수 등을 공평하게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같은 해 안철수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도 영화별로 공정하게 상영관을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2017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는데요. CGV·롯데시네마와 같은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 한해 영화의 상영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하한 기준을 준수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스크린 독과점 해소를 위한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한 상태인데요.

배장수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다른 법안들을 심사하느라 스크린 독과점 해소를 담은 법안은 후순위로 밀려 심사조차 되지 않았다"며 "24일 기준 영화 상영작이 123편인데 어벤져스를 제외한 나머지 122편을 보려는 관객 요구는 무시되고 있는 상황을 국회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취임 이후 22일 첫 기자회견을 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스크린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프라임 타임에 몇 %로 제한할 것인가를 국회와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체부 장관도 스크린 독과점을 언급한 만큼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돼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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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