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책임이 아닌 입국불허자에 대한 식비까지 항공사가 부담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맡은 김광옥 한국항공협회(KCA) 총괄본부장이 한 말입니다.
입국불허자란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 입국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결정된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입국불허가 떨어진 만큼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시 돌아가기까지 일정기간 국내공항에서 체류를 하게 되는데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르면 ▲감염병환자 ▲총포·도검·화약류 소지자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 ▲사리분별력이 없고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일제강점기 일본정부에 부역했던 사람 등이 입국불허자에 해당합니다.
또 반대로 국내에 입국은 했지만 중간에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거나 관광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출국시간까지 비행기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도 송환대상자가 되어 다시 출국할 때까지 공항에서 체류하게 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76조에 따르면 입국이 금지·거부되고 체류자격을 갖추지 않은 외국인의 송환의무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운수업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입국불허자와 국내체류에 문제 있는 사람에 대해 송환 시까지 들어가는 체류비를 항공사에게 부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연간 32억원이 입국불허자 등의 체류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항공사별 비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식비와 숙박비, 운송비 등을 포함해 연간 32억원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항공사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송환을 기다리는 외국인의 체류비를 사기업인 항공사가 부담하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올해 두 개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지난 8월 윤영일 무소속 의원과 9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출입국관리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두 법안은 모두 송환을 기다리는 외국인의 체류비를 항공사에게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먼저 윤영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7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 송환 때까지 운수업자가 일정한 장소를 제공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전면 삭제했습니다.
개정안은 대신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출입국항에 외국인이 송환될 때까지 머무르는 보호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로 바꿨는데요. 이는 송환을 기다리는 외국인에 대한 책임이 항공사에 있었던 것을 정부가 직접 책임지도록 내용을 변경한 겁니다.
박주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윤영일 의원안보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담았는데요.
개정안에 따르면 '송환의 원인이 운수업자인 항공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인 송환 시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신설했습니다.
또 만약 항공사 등 운수업자가 외국인을 송환할 때까지 장소를 제공하고 숙식 등 비용을 부담한 경우 해당 외국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76조 3항을 신설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송환 명령 건수는 4만7132건입니다. 예산정책처는 박주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따른 비용추계를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예산정책처는 운수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송환된 건수 및 평균 체류기간에 대한 법무부의 통계가 없어 이를 추계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윤영일 의원안과 박주선 의원안은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