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마스크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50장에 3000원대 판매되던 의료용마스크(덴탈마스크)는 4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죠. KF94 역시 30장에 10만원 이상을 줘야하는 상황입니다.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여러 차례 마스크 수급 안정에 관한 정책을 내놨습니다. 정부정책에 따라 지난 6일부터 국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약국 또는 우체국 등에 방문해 1인당 최대 2매씩 공적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공적마스크 1500원은 너무 비싸다", "대만은 마스크 1장에 200원이다", "마스크 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등 여러 가지 논란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공적마스크 어떻게 공급되는 걸까
정부가 공적판매 마스크 정책을 처음 시행한 건 지난달 26일입니다. 정부는 26일 마스크 수급안정 추가조치 TF회의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 우체국, 농협 등에 마스크 배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3월 5일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통해 오는 6월 30일까지 마스크를 요일제로 구매하는 정책을 수정 발표했습니다.
전국 마스크 생산업체는 140곳입니다. 이들 업체들은 하루 평균 100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마스크 생산업체가 하루 생산하는 마스크의 80%를 공적마스크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민간유통망으로 유지합니다.
공적마스크 생산업체와의 계약은 정부부처인 조달청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조달청이 마스크 생산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어 확보한 마스크를 약국에 유통하는 역할은 유통업체가 맡습니다.
정부는 지오영과 백제약품을 유통업체로 선정해 전국 2만3000여개 약국에 마스크를 공급하도록 했는데요. 두 업체를 선정한 것은 지오영의 직거래 약국이 1만4000여개소이며, 백제약품도 5000여개소에 공급하고 있는 의약품 유통업계 1, 2위 업체라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 공적마스크 가격이 1500원인 이유
정부는 전체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의무 계약하게 된 만큼 생산에 따른 장려금을 생산업체에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1장당 50원의 생산장려금이 생산업체에 돌아갑니다. 실제로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직원들도 근무시간을 초과하며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달청이 생산장려금까지 반영해 마스크업체와 계약한 단가는 1매당 900~1000원입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마스크 생산업체의 인력 등 어려운 경영여건과 증가하는 원부자재 비용 등을 고려한 계약단가입니다.
900~1000원의 계약단가는 유통업체로 넘어가면서 1매당 가격이 100~200원씩 상승합니다. 지오영과 백제약품은 공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 유통망 역할을 하면서 어느정도의 마진을 남겨야하죠. 유통업체가 생산업체로부터 마스크를 받아 이를 전국 약국에 공급하고 남기는 금액이 1매당 100~200원입니다.
약국은 지오영과 백제약품으로부터 마스크 1매당 1100원에 공급받아 이를 1500원에 판매합니다. 마스크 1매를 판매해 약국이 가져가는 이익은 400원인 것이죠.
약국도 공적마스크 판매 이후 일주일 내내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또한 부가가치세 등 세금, 마스크 판매로 늘어나는 업무 피로도, 인건비 등도 고려해야합니다.
기획재정부는 1500원이라는 가격책정에 대해 ▲24시간 생산업체 가동 ▲생산한 다음날 전국 약국배송 ▲개별포장을 위한 밤샘작업 등에 따른 물류비와 인건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만은 200원인데 한국은 1500원
선제적으로 공적마스크를 배분했던 대만은 마스크 가격이 200원도 안 된다며 공적마스크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유통업체가 장당 100원~200원 수익을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13일(2월 27일~3월 10일) 동안 37억3850만원~74억7700만원의 마진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 가격을 보면 한국의 공적마스크가 대만보다 고가이고 이를 통해 유통업체나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대만은 일주일 간 1인당 3매까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마스크 1매당 가격은 5대만달러(환화 약 205원)입니다. 2매를 구매하면 약 615원입니다.
한국은 일주일에 3000원(마스크 2매)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가격에 불과하죠. 더욱이 매일 많은 국민들이 3000원을 지불하며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 이를 판매하는 약국들은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대만의 마스크와 직접적인 비교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대만 정부가 공급하고 있는 공적마스크는 최대 3겹의 부직포를 겹쳐 만든 형태인 의료용마스크입니다. 이와 달리 한국의 공적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필터를 넣어 식품의약안전처의 인증을 통과한 KF94 등 보건용 마스크입니다.
보건용 마스크는 감염원 등으로부터 호흡기 보호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외품으로 분진포집효율, 안면부흡기저항시험 등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의료용마스크보다 공정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의료용마스크 가격은 약 150원 정도입니다. 물론 현재 일반인들이 의료용마스크를 구매하려면 이보다 7~8배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공적마스크 가격이 대만에 비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식약처는 "대만이 약국을 통해 1인당 3매씩, 200원 수준으로 공급하는 마스크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품질의 KF94 마스크가 아니라, 수술용 마스크(국내 덴탈마스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마스크 부족하니 마스크 안써도 된다고 권고
아직까지 마스크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 구매를 하도록 정책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구가 5000만명인데 하루 공급되는 물량은 849만여개(18일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마스크 수급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코로나19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해외 다른 국가들은 마스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유럽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구매사이트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서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지만 50개짜리 의료용마스크이 가격은 약 4만4000원(35.99달러, 아마존 기준)에 달합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마스크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의사들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마스크가 부족한 현실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메시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마스크 공급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스크 대란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굳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권고를 내렸다는 것이죠.
뉴욕타임스는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반인들에게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WHO관계자들 역시 뉴스브리핑 도중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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