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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팩트체크]사망시 '재해'로 인정될까?

  • 2020.03.23(월) 17:21

'지급하는 재해' vs '지급하지 않는 재해' 표준약관상 상충
금융당국 보험금 지급토록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추진
보험사 "위험 측정안되는 일부 항목 제외해야" 목소리도

팬데믹(pandemic, 세계적대유행) 상황에 접어든 코로나19 감염자수가 전세계적으로 33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수도 빠르게 늘면서 1만4000명을 넘겼다. 국내 사망자수도 23일기준 111명을 기록한 상태다.

이처럼 사망자수가 늘어나면서 사망 보상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검사와 치료비는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사망시에는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단 생명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정부가 1급감염병으로 지정해 생명보험 약관상 '재해'로 인정된다.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해로 인한 사망시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통상 1.5배에서 2배 가량 높다.

그러나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가 생명보험 표준약관상 재해에 해당하면서도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에도 속해 내용이 상충되면서 이를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으로 상충되는 표준약관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위험예측이 어려운 만큼 보험금 지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약관 개정도 당국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 코로나19 재해보험금 지급…표준약관 내용 상충

보험상품 약관의 기본이 되는 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1급감염병)에서 규정한 감염병을 보장대상이 되는 '재해'로 본다고 명시한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감염병예방법에 규정한 1급감염병을 재해로 인정하고 재해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1급감염병은 생물테러감염병,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발생 우려가 크고 음압격리 등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갑작스러운 국내 유입 또는 유행 예견으로 긴급한 예방·관리가 필요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감염병도 1급감염병으로 지정될 수 있다.

올해 1월 1일 개정한 감염병예방법의 1급감염병에는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 인플루엔자 등 17종을 지정했으며,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를 포괄하는 신종감염병증후군도 포함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0. 1.1. 개정)

  제2조 제2호 "제1급감염병"
▲에볼라바이러스병 ▲마버그열 ▲라싸열 ▲크리미안콩고출혈열 ▲남아메리카출혈열 ▲리프트밸리열 ▲두창 ▲페스트 ▲탄저 ▲보툴리눔독소증 ▲야토병 ▲신종감염병증후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신종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정부가 코로나19를 1급감염병으로 지정하면서 생명보험에서도 '재해'로 인정,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표준약관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 항목에도 코로나19가 포함돼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재해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사유와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표준약관에서는 '보장대상이 되는 재해' 항목 하단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U00에서 U99까지 해당하는 질병'을 넣고 있는데 코로나19는 U코드(U18, U18.1)를 사용하고 있다.

즉 코로나19를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라는 내용과 '재해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이 동시 적용되는 셈이다. 코로나19와 함께 1급감염병에 새로 편입된 사스(SARS)와 메르스(MERS)도 각각 U04, U19의 U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표준약관 내용이 상충되는데 대해 금융당국은 "내용이 상충된다고 해도 재해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표준약관 개정작업에 나섰다. 올해 2분기 예정된 개정 표준약관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포함돼도 보장대상 재해에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토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질병인 만큼 표준약관에서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감독당국은 U코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보장하는 재해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예외조항을 넣을 것"이라며 "향후 (법 개정으로 재해로 인정되는) 감염병이 바뀔 수 있는 부분도 개정 법률에 따라 적용한다는 내용을 표준약관에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험업계 "예상할수 없는 위험…지급결정 쉽지 않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쉽사리 재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국가적 재난으로 번지며 사회적 파급력이 커진 만큼 분위기상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내부지침을 마련했지만 아직 보험금 요청건이 없는 만큼 공식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개정할 표준약관에도 1급감염병에 해당한다고 해도 본래처럼 사스(U04), 메르스(U19), 코로나19(U18)와 같이 U코드는 제외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준약관상 재해에서 제외하는 U코드(U00-U99) 중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가 포함된 U00~U19코드는 '병인이 불확실한 신종질환의 임시적 지정이나 응급사용'시 지정하는 코드다. 향후 코드가 바뀔 수 있고, 코로나19처럼 신규전염병으로 파급력과 사망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의 원칙상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코로나19 관련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지침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표준약관 개정은 이후 상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고 기존에 당국과 분쟁이 불거진 자살보험금, 즉시연금도 모두 약관 문제였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에서 경험하듯 전염률이 높은 신종질환은 위험률에 정확히 반영할 수 없고 예측불가능한 위험이라 매우 조심스럽다"며 "만약 전염률과 치사율까지 높은 신종전염병이 나온다면 (법에 포함된다고) 보험사에서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담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금감원 "약관에 들어있는 모든 질병 보장해야"

현재 표준약관에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시 개정내용에 따른다는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표준약관만 보면 기존 생명보험 가입자는 계약당시 법을 적용받아야해 코로나19로 숨질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표준약관을 개별 상품의 약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재해'에 해당하는 감염병명을 명시하고,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할 경우 사고당시 개정한 법을 적용한다는 내용도 반영했다.

생보사 개별 약관에 명시된 재해분류표

즉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코로나19가 포함된 신규 1급감염병을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국은 약관상 명시돼 있는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간염의 기존 질병도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판매된 보험상품의 개별약관에 '보장하는 재해'로 기존 6종의 질병명을 명시하고 있고 단서조항으로 개정법에 따른다는 내용도 있어 현재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겐 약관 개정 이전까지는 기존 6종과 신규 17종에 대해 모두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며 "업계 내에서도 기존 약관이 적용된 상품은 대부분 이를 보상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 : 보건복지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0. 1.1. 개정)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1월 법 개정으로 질병 분류체계가 완전히 바뀌면서 본래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했던 1군감염병이 개정법에서는 2급으로 분류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항으로 바뀌었다"며 "약관에 질병명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이전 가입자들은 약관에 따라 해당질병만 지급해야한다는 해석상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법 개정시 개정법에 따른다는 단서조항이 있고 약관에 불명확한 내용이 있을경우 통상 계약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뿐 아니라 이전 질병들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감염병으로 완전히 교체되면서 추가된 감염병에 대한 요율분석과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반영해야하는 등 절차가 있어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2분기 중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재해보험금을 두고 당국과 보험업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 표준약관 개정작업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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