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의 전세 수급상황이 한 해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12%까지 뛰었던 2011년 전세대란 수준까지 꼬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말 주택 구입 취득세 감면 조치가 종료하자마자 갑작스레 전세 품귀가 심각해지며 전셋값 선행지표인 '전세수급지수'가 가파르게 급상승했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률이 전세대란 수준은 아니다'라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이처럼 수급이 최악으로 엉킨 상황임을 감안하면 특단의 조치 없이는 앞으로 추가적인 전셋값 급등이 불보듯하다는 지적이다.
◇ "엉켜버린 수급 전셋값 급등 전조"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7.9로 전월보다 9.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1년 2월 이후 2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전세 '공급부족'과 공급충분' 등 수급상황을 조사해 나타낸 지수. '100'을 중심으로 중개업소들이 공급부족 판단이 많으면 '200'에 가깝게, 공급충분 의견 비중이 높으면 '0'에 가깝게 나타나 지수다. 지수가 높을 수록 전세시장은 매도자 우위, 즉 전세 품귀가 극심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는 2009년 3월이후 줄곧 100 이상을 기록해 왔지만 180 이상으로 높아진 것은 대부분이 봄·가을 이사철 전셋값 급등과 맞물려 나타났다. 2011년 나타난 전세대란도 그해 2월 이 지수가 190.0을 기록하는 전조(前兆)를 보였다. 여름 휴가철인 7월에 전세수급지수가 이처럼 치솟은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서울에서도 강북 지역 전세 수급이 더욱 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강북권 전세수급지수는 190.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높아졌고, 강남권은 185.5로 전월에 비해 11.8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은 187.7, 전국은 179.8로 모두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 "전셋값 상승, 빨라지고 넓어진다"
국지적으로 나타나던 전셋값 상승세는 정부 방관속에 더욱 가팔라지고, 또 넓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2억~3억원까지 늘린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핀잔거리가 되고 있다.
부동산114(r114.com)에 따르면 9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0.11% 상승, 51주째 오름세를 지속했다. 신도시와 수도권 전세도 각각 0.05%, 0.04% 올랐다.
서울에서는 성북(0.35%), 성동(0.31%), 마포(0.24%), 강서(0.21%), 양천(0.21%), 도봉(0.17%), 서대문(0.16%), 구로(0.15%) 등 대체로 강북권이 많이 올랐다. 분당(0.07%), 평촌(0.05%), 일산(0.04%) 등도 전셋값 상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이 0.04% 내렸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안양 평촌신도시, 용인 등에서는 전셋가에 밀려 저가 물건이 거래돼 매매시세가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